작은 새 한 마리, 또 한 마리
참나무 가지 위에 둥지를 틀다 말고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죽지에 부리를 묻은 채……
어디서 큰 짐승이 울고 있다
- 시집 ‘마음이 불어가는 쪽’(현대문학사) 중에서
철 믿고 언 손이 참나무 새순뿐이랴. 둥지 없이 한뎃잠 자는 게 작은 새 한 마리뿐이랴.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방황하는 게 몇 마리 새들뿐이랴. 긴 밤 무거운 어깨, 나무등걸에 기대어 울고 있는 게 짐승들뿐이겠는가.
섣불리 동이 튼다고 이야기하지 말자. 섣불리 봄이 온다고 이야기하지 말자. 하염없는 외로움 또한 우리의 영혼을 깊게 하나니, 내 안에 울고 있는 큰 짐승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외롭게 와서 외롭게 가는 우리들 존재의 거처(居處)와 지향(指向)은 어디인가. 잠시 책도 덮고, 촛불도 끄고 저 겨울밤 적막 속으로 걸어가 보자. 큰 울음 울고 있는 내 안의 나를 섣불리 흔들어 깨우지 말자.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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