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조선후기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옥원전해(玉鴛箋解)’의 줄거리다. 부부의 사랑과 불화, 사돈간의 갈등과 화합이 요즘 방송에서 흔한 ‘부부 클리닉’ 유의 드라마 못지않다. 조선시대 소설 중에는 영화 ‘스캔들’ 못지않은 사대부 여성의 애정을 다룬 작품도 있다.
스토리 창작사 ‘엔브레인’의 구본기 대표는 ‘옥원전해(玉鴛箋解)’ ‘명주보월빙(明珠寶月聘)’ 등 조선시대 대하소설 18편 430책을 분석해 그 속에 나타난 남녀의 사랑과 인간관계, 권력투쟁의 과정 등을 문화상품의 원형으로 추출했다. 이를 현대 드라마나 소설, 만화, 게임 창작의 토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제안.
구 대표는 19일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서울 역삼동 문화콘텐츠센터에서 개최하는 ‘미래문화산업과 CT(컬처 테크놀로지)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화원형 디지털콘텐츠 개발 사례’를 발표한다.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하소설 외에 병사를 배치하는 진법(陣法)을 현대적으로 개발한 사례도 발표한다.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鶴翼陣)이 실제로 어떻게 운용됐는지도 동영상을 통해 재연한다. 구 대표의 개발사례들은 2월 초부터 문화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www.kocca.or.kr)에서 서비스될 예정. ‘CT 포럼’에서는 또 한국과학기술원의 양현승 교수가 순수예술과 첨단기술이 접목된 사례도 소개한다. 손가락의 압력이나 손목의 각도, 활시위의 위치를 통해 연주자의 감정을 파악하고 반응하는 ‘하이퍼 첼로’가 대표적 사례.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사람 없이 녹음된 오케스트라 음악으로도 협연이 가능하다. 이날 ‘인문 예술과 기술의 창조적 협력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는 한국과학기술원의 최혜실 교수는 “한국 문화산업이 매년 20% 안팎으로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원작 시나리오 등 창작기반이 취약하다”며 “문화산업은 상품과 예술의 소통과 연계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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