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가 개봉 27일 만인 18일 관객 수 600만명을 돌파하며 한 주 앞서 개봉된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580여만명)의 국내 흥행기록을 앞질렀다. 이는 2001년 개봉 40일 만에 관객 수 600만명을 넘겼던 ‘친구’의 기록을 13일이나 단축한 가파른 상승세여서 최다 관객수 기록 경신이 예상된다.
1968년 4월 ‘김일성 암살’의 특수임무를 띠고 창설됐던 이른바 ‘실미도부대’를 다룬 이 작품은 흥행뿐 아니라 극장 밖에서도 화제를 낳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실미도’ 팬클럽은 현재 회원 수가 1만10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71년 실미도부대원들이 자폭했던 서울 동작구 대방동 유한양행 사옥 앞에서 24일 오후 6시 추모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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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신드롬의 원인은 무엇일까. 개봉 전후 영화계의 일반적인 예측은 ‘작품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거워 관객 수 300만명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실미도’가 예상을 깨고 ‘대박’을 터뜨리는 것에 대해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실미도’의 스토리 전개는 ‘살인의 추억’이나 ‘올드 보이’처럼 세련된 것이 아니라 단순 소박한데 이 단순함이 오히려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고 평했다.
소설가 이문열씨도 “일부 장면은 사실 확인이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 허구와 사실이 적절하게 조화돼 있는 점이 이 영화의 힘인 것 같다”고 평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영화가 통상 300만명을 넘어서면 드라마의 완성도나 배우의 연기, 마케팅의 힘 등 일반적 요소가 아닌 ‘또 다른 힘’에 의해 굴러간다”며 “실미도 사건은 ‘허구가 아닌 실화’라는 영화의 메시지가 관객을 계속 끌어들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미도’는 특히 극장을 찾는 데 소극적이던 30대 이상 관객의 폭발적 지지를 얻고 있다. 인터넷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의 예매관객 연령대별 분석에 따르면 ‘실미도’는 30대 이상 관객 비율이 33%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살인의 추억’(28%), 조직폭력배들의 우정과 배신을 다룬 ‘친구’(21%) 등과 비교해 훨씬 높은 수치다. 이 관객층은 실미도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80년대를 상징하는 386세대가 사회적으로 고통과 승리를 함께 경험했다면 유신 치하에서 청장년기를 보낸 세대는 진실을 알아도 침묵하고 복종해야 했다”며 “40, 50대의 중년 관객이 ‘실미도’를 찾는 것은 그 시대에 대한 뒤늦은 고발의 동참”이라고 분석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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