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국립합창단의 부탁을 받아 곡을 쓰기로 한 뒤 참사 현장에 여러 차례 가 봤습니다. 망자들의 넋이 주위에 서성거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로 그 혼들을 위로해 주는 진혼곡이 있어야겠다 싶었습니다.”
총 20분 길이의 ‘죽은 자를 위한…’은 굿과 서양음악의 진혼곡(레퀴엠)이 결합된 양식. 굿판에서 사용되는 무당방울, 징, 북, 장구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어우러진다.
“서양식 레퀴엠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에 우리 삶의 감각을 담은 새로운 형식의 진혼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4개의 노래는 죽음을 애통해 하며 가사 없이 읊조리는 ‘슬픈 소리’, 망자의 혼을 연주회장으로 모셔오는 ‘부르는 소리’, 혼백을 달래는 ‘위로의 노래’, 그리고 가여운 혼들을 편안히 저승으로 보내는 ‘귀거래(歸去來)’로 구성된다. 음악회에서는 또 브람스의 독일 진혼곡 등도 연주된다.
이 교수는 가곡 ‘바우고개’의 작곡자인 이흥렬(李興烈·1909∼1980)의 아들. 연세대 음대를 나와 독일 뮌헨음대에서 카를 오르프를 사사했으며 오페라 ‘처용’ ‘황진이’ 등을 작곡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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