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원균도 명장이었다는 점을 주장하고 싶었다.”(김탁환)
김탁환 한남대 교수(문예창작과·36)가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쓴 소설 ‘불멸’(전 4권·1996)에서 역사를 왜곡했다며 소설가 송우혜씨(57)가 비판하고 나섰다. 송씨가 이미 절판된 김 교수의 소설을 문제 삼는 이유는 KBS 1TV가 7월부터 100부작으로 방송할 예정인 대하드라마 ‘이순신’이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와 함께 김 교수의 소설을 공동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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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는 “방송 전에 왜곡을 바로잡고 싶다”며 ‘불멸’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19일 본보에 보내왔다.》
▽임진왜란 최초의 승전은?=그동안 역사 교과서에서는 임진왜란 최초의 승전을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휘하 함대를 이끌고 경상도 바다로 건너가 싸운 임진년(1592년) 5월 7일의 ‘옥포해전’이라고 기록해 왔다.
그러나 김 교수는 왜적이 처음 바다를 건너온 4월 13일 자정 경상우수사 원균이 휘하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출동해 다음날 가덕도 앞바다에서 100척이 넘는 적선을 맞아 싸워 30여 척을 격침시켰다고 서술했다(불멸 1권 296∼308쪽 참조).
이에 대해 송씨는 “일본 침략군은 14일 부산을 치고 15일 동래를 함락시키느라 경상우수영 바다에는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이순신 ‘임진장초·壬辰狀草’의 ‘인왜경대변장·因倭警待變狀’ 참조).
▽남해현 창고 방화의 진실은?=임진년 4월 29일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원균이 지휘하는 경상우수영 소속인 남해현의 곡식 창고와 무기 창고를 불태웠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순신이 부하들과 짜고 남해현의 창고를 태운 뒤 왜군들의 방화로 위장했다고 묘사했다. 그 후 경상우수사 원균이 진상을 밝혀낸 뒤 이순신을 찾아가 “왜놈보다 더 비열하다”며 크게 혼을 내주는 것으로 묘사된다(‘불멸’ 2권 44∼122쪽 참조).
그러나 송씨는 당시 이순신이 원균의 요청으로 경상도를 구하러 가면서 ‘남해현은 사람들이 모두 도망가 성 안이 텅 비었고 곡식창고와 병기창고의 문도 모두 열려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창고가 왜군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불살라 없애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이순신이 이 사실을 ‘난중일기’에도 기록해 놓았고 임금에게도 그 전말을 상세히 기록해 보고했다고 밝혔다(‘임진장초’의 ‘근계위대변사·謹啓爲待變事’ 참조).
▽이순신의 정유년 부산 진격의 실상은?=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전쟁은 정유년(1597년)에 재개된다. 정유년 2월 이순신은 체포되고 7월 원균이 전사한다.
김 교수는 소설에서 정유재란이 일어난 뒤 이순신이 너무 두려워 부산 앞바다에 진격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체포됐다고 설정했다(‘불멸’ 4권 99쪽 참조). 잡혀간 이순신 대신 원균이 새로 삼도수군통제사가 된다.
그러나 송씨가 선조실록에 실린 기록들을 날짜별로 정리한 바에 따르면 △2월 10일 이순신은 대형 전함 63척이 포함된 200여척의 대함대를 거느리고 부산으로 진격해 왜적과 싸웠고 △3월 20일 이순신 함대의 부산 공격을 헐뜯는 원균의 2월 28일자 보고가 궁중에 도착했다는 것.
송씨의 지적에 대해 김 교수는 “송우혜 선생이 인용한 사료들은 나도 모두 읽었다. 그러나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사료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라고 반박했다.
김탁환 교수와 송우혜씨의 이순신 논쟁 내용 | ||
김탁환 교수 ‘불멸’의 내용 | 논쟁점 | 송우혜씨 반박 |
경상우수사 원균의 4월 14일 가덕도 해전 | 임진왜란 최초의 승전 | 전라좌수사 이순신의 5월 7일 옥포 해전 |
이순신이 원균의 소속인 남해현의 창고를 불태운 뒤 왜군의 방화로 위장했으나 원균에 의해 들통남 | 남해현 창고 방화사건 | 남해현의 창고들이 왜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이순신이 불태운 뒤 임금에게 보고 |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순신이 부산 진격을꺼려 체포된 후 후임인 원균이 용감하게부산으로 진격 | 정유년 부산 진격 | 이순신이 대함대를 이끌고 부산으로 진격해 왜적과 싸웠으며 이순신 체포의 원인은그의 군권(軍權)이 커지는 것을 선조가 견제하려 했기 때문 |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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