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책출간 반칠환 시인 "부담없는 詩읽기 길잡이"

  • 입력 2004년 1월 19일 18시 43분


시인 반칠환씨는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시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대기자
시인 반칠환씨는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시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대기자
시인 반칠환씨(40)는 아침마다 시 한 편을 배달한다.

본보의 ‘이 아침에 만나는 시’의 선자(選者)로 지난해 9월부터 시 한 편을 고르고 그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붙여 독자들에게 날라 왔다. 그렇게 소개한 시들이 선집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백년글사랑)으로 묶여 출간됐다.

“‘전문가’들만 시를 즐기란 법 있나요? 시를 조각조각 분해해서 어렵게 읽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상상력으로 읽으면 됩니다. 보통 사람들이 시 대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저는 그저 돕는 역할을 할 뿐이죠.”

‘이 아침에 만나는 시’가 연재된 후 70대 할아버지가 “당신 덕에 처음으로 시란 걸 읽게 됐다”고 반씨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그가 사는 동네 시장통 아주머니, 구멍가게 아저씨가 시를 읽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는 이름조차 잊은 고등학교 동창이 “공인중개사를 하면서 시를 쓰고 있다”고 연락해 오기도 했다.

반씨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시, 사물을 새롭게 보는 시, 진정성이 있는 시를 골라 그 시에 시로 화답한다”고 선정기준을 밝혔다.

그는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윤효·‘못’ 중)에게 “세상 사람들이여, 내 근심이 키우는 것이 진주였구나, 네 통증이 피우는 것이 꽃잎이었구나”라며 등을 도닥여준다.

‘은사시나무가/온몸으로 비를 맞고 서있다.//그 옆에 나도/온몸으로 비를 맞고 섰다.//그렇게 우리는/은사시나무가 되었다’라는 정가일의 시 ‘부부’에 “내 옆에 잠든 게 보드라운 은사시가 아니라 따가운 탱자나무일지도 모르지만, 가만히 ‘당신’하고 호명해 보라. 내게 가장 가까이 있는 신은 언제나 ‘당신’이니까”라고 붙였다.

“시는 시인 아닌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시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너무 어려운 시들이 사람들을 밀어내 온 거죠.”

묵은해 보내고 새해 맞으러 가는 독자들을 위해 시인이 준비한 선물은 김종삼 시인의 ‘어부(漁夫)’ 한 구절이었다.

‘바닷가에 매어둔/작은 고깃배/날마다 출렁거린다/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사노라면/많은 기쁨이 있다고.’

“살아가면서 풍랑 없는 날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생각해 보면 일상은 얼마나 기적의 연속입니까. ‘살아온 기적’을 ‘살아갈 기적’으로 바꾸면서 나날이 새로운 날 맞으십시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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