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하워가 장교들에게 끈을 하나씩 나눠 주었다. “자, 끈을 당겨 보십시오.” 그리고는 다시 끈을 밀어 보라고 말했다. 끈을 당기기는 쉬웠지만 밀기는 쉽지가 않았다.
“끈을 당기면 끈은 여러분이 끌고자 하는 곳으로 따라올 것입니다. 그러나 끈을 밀려고 하면 끈은 어디로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 전쟁터에서 부하를 이끌 때도 그렇습니다.”
‘전쟁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그동안 무능한 지도자로 인식돼온 그의 리더십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친근한 대통령이었지만 ‘시골뜨기 노장군’일 뿐이었고, ‘운이 좋아 대통령이 된 우둔한 군인’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 대통령학의 권위자인 프레드 그린슈타인의 평. “그는 정부정책에 대해 깊은 식견과 이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공개석상에서는 이를 얼버무렸다. 아랫사람에게 믿고 맡겼으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공을 부하에게 돌리는 게 그의 일이었다.”
아이젠하워는 소련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선 ‘봉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음에도 인도차이나 등 국제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거나,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제의를 단호히 뿌리쳤다.
그는 전쟁을 혐오했다. “나는 군인으로서 그 전쟁의 잔인성, 불모성(不毛性), 우매성을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그런 증오감으로 전쟁을 본다.”
1955년. 당시 중공이 6·25전쟁 때 포로로 붙잡힌 13명의 미군 조종사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미국의 군사력은 막강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분노와 적개심으로 전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전쟁을 할 때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해야 합니다.”
단 한번도 전쟁터에 서 본 적이 없으면서도 두 차례나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조지 W 부시 대통령. 민간인 출신인 부시와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했던 아이젠하워는 얼마나 다른가.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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