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 6일 런던 웨스트엔드 프린스 웨드워드 극장에서 개막된 뮤지컬 ‘맘마미아’는 현재까지 5년 가까이 세계 뮤지컬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초부터 1982년 해체될 때까지 수많은 히트 곡들로 세계 정상의 인기를 누렸던 스웨덴 출신 혼성 4인조 그룹 ‘아바’의 노래 스물두 곡을 활용해 만든 이색 뮤지컬이다.
뮤지컬을 위해 음악을 새로 작곡한 게 아니라 기존의 노래에 맞춰 줄거리를 엮어나가는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실제로 ‘맘마미아’의 대성공에 자극받아 ‘퀸’의 노래로 만든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나 로드 스튜어트의 히트 곡들로 구성된 ‘투나잇스 더 나잇(Tonight’s The Night)’은 지금 런던에서 공연 중이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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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의 무대는 그리스의 작은 섬. 결혼식을 앞둔 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엄마의 옛 애인 세 사람을 섬으로 초청하면서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진다.
‘맘마미아’ 성공의 바탕은 우선 2년여를 두고 기발한 발상을 탄탄하게 다듬고 또 다듬은 극본에 있다. 그리고 엄마와 딸을 축으로 해서 세대간 사랑과 갈등을 재미있게 그리면서도 귀에 익고 드라마틱한 ‘아바’의 노래로 폭넓은 연령층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특히 작품을 위해 새로 작곡한 듯, 히트 곡들을 절묘하게 삽입하는 극작술은 놀랍다.
치밀하게 계산된 역동적 연출은 많은 제작비를 들인 현대적 무대 메카니즘의 도움을 얻어 섬세하고 활기찬 안무와 스피디한 진행으로 관객들을 더욱 상쾌하게 만든다. 환상적인 무대 장치와 조명, 의상은 작품의 격을 높여 주고, 히트 곡 ‘워털루’에서 따온 배 이름은 연출의 여유와 재치를 엿보게 한다.
그러나 스태프가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하고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려고 해도, 연기진이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면 좋은 성과를 기대 할 수 없다. 더욱이 외국 스태프가 국내 공연에 참여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지난해 런던과 도쿄에서 이 공연을 재미있게 본 나는 다소 가슴을 졸이면서 한국판 ‘맘마미아’의 개막을 맞이했다. 그러나 막이 오르고 소피(배해선)의 ‘아이 해브 어 드림’이 시작되자 나의 긴장은 사라졌다. 우리의 출연진은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연기 앙상블도 세계 어느 무대에 내세워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한 단계 높았다. 막이 내리고 커튼콜에서, 그리고 앙코르 무대에서 쏟아진 열광적인 박수는 그것을 실감한 관객들의 아낌없는 화답이었다.
뮤지컬은 줄거리 전개가 단순 명쾌해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박한 지론이다. 국내외 전문가 집단이 정성껏 만든 한국판 ‘맘마미아’는 즐거움 속에서 극의 흐름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는 감동을 주었다는 점에서도 성공적인 뮤지컬이다.
한국 뮤지컬의 다음 단계는 우리의 제작진과 연기진으로 ‘맘마미아’에 버금가는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뮤지컬 관계자는 물론 당국과 사회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청된다. ‘맘마미아’의 공연으로 한국 뮤지컬의 가능성은 확실히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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