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임스 교수는 현대사회에 필요한 지혜를 동양철학에서 찾는데, 그런 덕목이라면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 온 서구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서구의 자유주의나 공동체주의는 모두 ‘개인’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사고 틀입니다. 하지만 유교는 인간을 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존재로 봅니다. 그래서 유교에서는 인간을 논할 때 언제나 ‘가족’에서 출발하지요. 또 서구학자들은 아시아의 인권상황이나 법치 등에 대해 걱정하지만 유교의 예(禮)야말로 정말 중요한 시민사회의 덕목입니다. 현대사회에서 폭력이 만연하는 것은 바로 이 예가 부족하다는 증거예요.”
―하지만 한국의 동양철학자들은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진 이후 현실문제에 대해 거의 발언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근대화, 세계화는 결코 서구화가 아닙니다. 도가나 선불교를 빼고 하이데거를 논할 수 없고, 손자병법 없이 현대의 전쟁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도요타를 빼고 자동차를 말할 수 없고, 한국이나 태국 음식을 빼고 서구의 일상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미 동양화(easterni-zation)도 세계화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지요.”
―미국 영토인 하와이에서 동양철학을 한다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동양철학을 하는 것과 어떻게 다릅니까?
“‘논어’에 ‘조화를 이루되 동일화되지는 않는다(和而不同·화이부동)’라는 말이 있는데 하와이는 바로 그런 본보기입니다. 약 80년 전 하와이대에 처음 철학과가 생겼을 때는 서양철학 연구자와 비서양철학 연구자들이 따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이제는 연구도, 가르치는 것도 함께하지요. 여러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하와이는 그런 점에서 미국의 희망입니다.”
―비교철학 저널 ‘동서철학’은 1950년 첫 호 발간 때부터 미국의 존 듀이, 중국의 후스(胡適), 일본의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 인도의 라다 크리슈난 등 세계적인 철학자들이 참여해 만들어 왔습니다. 세계적 권위를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간단합니다. 기준을 정해 놓고 철저히 지키는 거죠. 편집장인 제가 하는 일은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심사위원들을 위촉해 투고자 이름을 가린 채 여러 차례 심사하게 하는 것뿐입니다. 지금도 투고되는 논문의 게재율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심사가 엄격합니다.”
에임스 교수의 공개강의는 ‘유교와 듀이의 실용주의’ 등을 주제로 30일까지 매일 오후 2∼5시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02-760-0782
김형찬 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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