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民선생 10주기 추모식]“화해와 통합 몸소 보여주신 분”

  • 입력 2004년 1월 26일 19시 09분


26일 고 일민 김상만 선생 10주기 추모식이 열린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고인의 유택 앞에서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이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있다 -김동주기자
26일 고 일민 김상만 선생 10주기 추모식이 열린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고인의 유택 앞에서 김영삼·전두환 전 대통령이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있다 -김동주기자
일민 김상만(一民 金相万) 선생은 생전에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도 인화(人和)만 못하다”는 말을 즐겨 인용했다.

일민이 71년 6월 경기 남양주시의 덕소 별장에서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이철승(李哲承) 이후락(李厚洛) 정일권(丁一權)씨 등 야당지도자와 권력실세, 그리고 윌리엄 포터 주한 미 대사간의 모임을 주선한 것도 이런 평소의 철학 때문이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쌀쌀한 겨울날씨 속에서도 300여명의 각계인사가 참석해 고인의 ‘화해와 통합’의 정신을 기렸다.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은 1990년 769일간의 백담사 은둔생활을 마치고 서울 연희동 자택에 귀환했을 때 일민이 찾아와 위로한 기억을 회고했다. 그는 “재임기간에 (80년 언론통폐합 정책으로 동아방송이 KBS에 넘어가는 등) 어려운 일도 많이 겪으신 분이라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먼저 방문해 주시니 ‘이게 화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또 비자금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1997년 1월 김병관(金炳琯) 고려중앙학원이사장이 안양교도소로 면회 왔던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김 이사장이 화합과 통합의 정신을 강조하는 얘기를 듣고 일민 선생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통로를 사이에 두고 전 전 대통령과 자리를 나란히 한 김영삼 전 대통령도 박정희(朴正熙) 정권 시절 광고탄압 사태와 80년 언론통폐합 당시 고인이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겪었던 어려움을 회고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족지인 동아일보에 대한 광고탄압은 큰 오명을 남기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추모식 직후 참석했던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또 추모식에 참석한 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은 “일민은 부친인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선공후사(先公後私)’와 ‘실천궁행(實踐躬行)’의 선비정신을 언론과 교육 분야 등에서 실천한 대표적 지도자”라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일민은 가까이서 보면 볼수록 그림자가 큰 정신적 지도자였다”고 소개한 뒤 “지금과 같은 지역감정 및 안보 경제 분야의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나라를 먼저 세우고 국가의 진로를 제시하던 일민의 열정이 더더욱 그립다”고 회상했다.

○…추모식에 앞서 유족들은 인촌 선생과 2001년 7월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유명을 달리한 김 이사장의 부인 안경희(安慶姬) 여사의 묘소를 참배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권오기 전 부총리 추모사▼

한국의 언론자유를 위해 힘써 온 일민 선생에 대해 국제언론인협회(IPI)에서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던 영국의 한 인사는 ‘한국의 G.O.M.(the Grand Old Man)’이라고 칭했습니다. 언론인으로서 일민의 업적은 여러 기록들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일민은 한국의 공연예술 분야에도 많은 정열을 쏟은 분이었습니다.

동아일보가 한국 음악사에 남는 공연사업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일민 자신이 음악애호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번은 일민이 감기에 걸려 출근하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병문안을 가 보니 병실에서도 축음기를 틀어 놓고 음악을 듣고 계셨습니다.

70년 서독에서 베토벤 탄생 200주년 기념음반을 선물로 받았을 때 일민은 음반이 손상될까봐 짐으로 부치지 않고 직접 들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일민이 남긴 것이 반드시 화려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 특히 언론인 음악인 방송인들의 혈맥 속에는 뭔가를 스며들게 하고 가셨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 추모사▼

일민 김상만 선생님께서는 선고장(先考丈) 인촌 김성수 선생님의 유지를 계승하여 광복 후 반세기 동안 교육과 언론에 투신해 오셨습니다. 1955년 고려중앙학원의 이사를 시작으로 1994년 영면하실 때까지 이 나라 교육의 나침반이자 구심점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교육구국’의 건학이념을 ‘교육입국’과 ‘교육흥국’으로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우리 조국이 경제적으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정치사회적으로 민주화하는 데에 초석을 다졌습니다. 일민 선생님은 거대한 산을 연상케 하는 무제한의 포용력과 조건 없는 헌신으로 공선사후의 철학을 학교 경영에서도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보여주셨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상호간의 반목대립과 질시로 참으로 어수선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역사관과 철학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상고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다시 대화합 속에 큰 전진을 이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보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일민 선생님의 업적을 상고하면서 편안한 영면을 빕니다.

▼추모식 참석자 명단▼

▽정관계=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 상임의장, 이원홍 전 문공부 장관, 강인섭 국회의원, 손세일 박경석 유준상 전 국회의원, 오정소 전 국가보훈처장, 유도재 전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 안현태 김광석 전 대통령경호실장

▽고려대=이준범 김정배 전 총장, 안문석 교무부총장, 표시열 서창부총장, 홍승길 의무부총장, 염재호 기획예산처장, 전성기 교무처장, 안호용 학생처장, 김진성 총무처장, 이두희 대외협력처장, 장동식 관리처장, 박명순 정보전산처장, 정지태 연구처장, 김건 입학처장, 홍승만 서창교학처장, 서용석 서창사무처장, 선정규 서창기획홍보처장, 김승옥 중앙도서관장, 김중순 한국디지털대 총장, 유정열 중앙교우회 사무처장

▽동아일보 및 언론계=송수항 전 동아일보 부사장,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윤양중 동아일보 감사,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최종률 한국ABC협회 회장, 이상혁 장행훈 홍인근 김광희 김태선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남중구 21세기평화연구소장, 이현락 전 동아일보 전무, 정구종 동아닷컴 사장, 박기정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노한성 파라다이스 감사, 김종심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전영우 수원대 명예교수, 최창봉 전 MBC 사장, 조강환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황재홍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감사, 임학수 최준철 고우석 이병연 김두곤 고의홍 김정서 이시헌 문명호 고균석 이준범 양철화 박용윤씨

▽경제계=김상홍 삼양사 명예회장, 김상하 삼양사 회장, 김각중 경방 회장, 김진배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김진호 한국토지공사 사장, 김윤 삼양사 부회장, 김원 박종헌 삼양사 사장, 이중홍 경방 사장, 김담 김준 경방 전무

▽문화계=정양모 문화재위원회 위원장, 이종상 서울대 명예교수, 김정옥 국제극예술협회 명예회장, 김혜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 조동화 월간춤 발행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