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진 효진에겐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다. 그는 공작금을 빼돌린 남파 간첩 김영광(이광기)을 생포하기 위해 북한에서 특파된 ‘진짜’ 간첩이었던 것. 고봉의 따뜻함에 마음의 문을 연 효진은 사실을 털어놓을까 고민할 즈음, 고봉에게 입영 통지서가 배달된다.
‘그녀를 모르면 간첩’은 ‘얼짱(얼굴이 짱)’이란 10대 문화코드에다 ‘간첩’이란 이념코드를 결합한 영화다. 물론 여기서 ‘간첩’이란 설정은 만화적 상상력을 풀어내는 매개 고리일 뿐이다. 효진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날아’ 다니고 나이트클럽에서 아크로바틱한 춤을 선보인다는 식으로 말이다. 작위적이지만, 역겨운 편은 아니다.
이 영화는 여러 편의 TV 시리즈를 압축해 놓은 듯한 느낌을 풍긴다. 영화적 완성도나 꼭지점을 향한 긴장의 상승을 포기하고,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조미료를 뿌려 깔끔하게 나열해 놓았다. 이런 전략은 ‘졸라’를 남발하는 대사와 더불어 10대 관객을 노리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10대가 ‘졸라’에 열광할지는 의문이지만).
공유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컷’ 이미지를 포기하고, 만성 변비에 시달리는 삼수생 역할로 스스로의 눈높이를 낮췄다. 그럼에도 그는 상체노출에 팬티 끈까지 슬쩍 보여주는 ‘봉사’를 잊지 않았다.
고정간첩 부부 역할의 백일섭 김애경과 깜짝 출연한 이광기, 자두(가수)의 코믹 연기도 볼거리.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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