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24일 미국 예일대 통창 쳉 박사가 이끄는 역학(疫學) 연구팀이 코네티컷주에 거주하는 1300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1996∼2002년에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0년 이전에 검은색, 갈색, 짙은 빨간색 염색을 시작한 경우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스 림프종(non-Hodgkin's lymphoma)의 발병률이 40% 높았다.
또 염색을 자주 할수록(연간 8회 이상), 그리고 파마와 염색을 동시에 할 경우 위험도가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파마약(환원제)이 염색약(산화제)과 섞이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유해물질이 생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쳉 박사는 “새로운 화학물질의 일부가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 논문은 ‘미국역학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동윤 교수는 “극미량이지만 염색약의 화학물질이 두피를 통해 인체에 침투할 수 있다”며 “그동안 염색약이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암과의 상관관계를 밝힌 것은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 소재 화장품·세면류·향기협회 과학담당 부대표 제럴드 맥웬은 “이번 연구결과가 임상실험이 아니라 관찰에 따른 추정일 뿐”이라며 “염색약이 암을 일으킨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 1980년 이후에 염색을 시작한 사람에게서는 발암 위험도가 증가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1970년대 말부터 염색업자들이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특정 성분을 제품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으며, 따라서 지금 사용하는 염색약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쳉 박사는 “염색약의 부작용을 관찰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염색약도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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