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고충처리위 ‘올해의 조사관’ 파견온 고창만씨

  • 입력 2004년 1월 27일 18시 50분


“밀린 임금 좀 받게 해달라고 찾아오는 민원인이 지난해보다 부쩍 늘었어요.”

고창만(高昌萬·38·사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조사관은 27일 “지난 한해 경기가 부쩍 나빠졌음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고충처리위가 뽑은 ‘2003년 올해의 조사관’에 선정된 그는 지인들 사이에서 ‘고충해결사’로 통한다. 워낙 어려운 민원을 잘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의 조사관 선정 과정에서 민원처리 실적뿐 아니라 방문 민원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친절도에서도 최고 평가를 받았다. 제주도 지방노동사무소에서 일하다가 고충처리위에 파견된 지 1년8개월 만이다. 그는 이미 2000년에 노동자 체불임금 청산에서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고 조사관은 서울로 올 때까지 36년 동안 한번도 제주도를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었다. “93년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국가공무원 7급 공채에 응시해 붙었는데 정작 제주도에만 있었습니다. 더 큰 물에서 일해보고 싶어 결국 가족과 함께 모험을 했죠.”

그가 특히 임금체불 민원 해결에 남다른 열성을 갖게 된 것은 대학시절(제주대 법학과) ‘보통사람들’이라는 봉사서클에서 일한 게 계기가 됐다.

자신이 해결한 민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해 11월 환경미화원들이 억울하게 못 받은 퇴직금을 받게 해준 것이라고. “환경미화원 5명이 소속시로부터 약 800만원씩 퇴직금을 적게 받았는데, 해당 시는 이미 시효가 지났다며 안 주려고 하더군요. 이런 사람들은 돈이 없어 소송도 못하거든요. 저희가 ‘마지막 희망’인 셈이지요.”

4월 말로 파견기간이 끝나는 그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본부로 들어가 노동정책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 제주도 토박이에게 비친 서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처음엔 정신이 없더라고요. 사람도 많고 교통도 복잡하고, 출퇴근 시간이 10분에서 한 시간으로 늘었죠. 또 제주도에선 출장을 가도 반나절이면 충분했지만 여기서는 2박3일이 보통이지요.” 하지만 부인과 아이들이 서울 생활을 좋아하고 잘 적응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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