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고충처리위가 뽑은 ‘2003년 올해의 조사관’에 선정된 그는 지인들 사이에서 ‘고충해결사’로 통한다. 워낙 어려운 민원을 잘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의 조사관 선정 과정에서 민원처리 실적뿐 아니라 방문 민원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친절도에서도 최고 평가를 받았다. 제주도 지방노동사무소에서 일하다가 고충처리위에 파견된 지 1년8개월 만이다. 그는 이미 2000년에 노동자 체불임금 청산에서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고 조사관은 서울로 올 때까지 36년 동안 한번도 제주도를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었다. “93년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국가공무원 7급 공채에 응시해 붙었는데 정작 제주도에만 있었습니다. 더 큰 물에서 일해보고 싶어 결국 가족과 함께 모험을 했죠.”
그가 특히 임금체불 민원 해결에 남다른 열성을 갖게 된 것은 대학시절(제주대 법학과) ‘보통사람들’이라는 봉사서클에서 일한 게 계기가 됐다.
자신이 해결한 민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해 11월 환경미화원들이 억울하게 못 받은 퇴직금을 받게 해준 것이라고. “환경미화원 5명이 소속시로부터 약 800만원씩 퇴직금을 적게 받았는데, 해당 시는 이미 시효가 지났다며 안 주려고 하더군요. 이런 사람들은 돈이 없어 소송도 못하거든요. 저희가 ‘마지막 희망’인 셈이지요.”
4월 말로 파견기간이 끝나는 그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본부로 들어가 노동정책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 제주도 토박이에게 비친 서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처음엔 정신이 없더라고요. 사람도 많고 교통도 복잡하고, 출퇴근 시간이 10분에서 한 시간으로 늘었죠. 또 제주도에선 출장을 가도 반나절이면 충분했지만 여기서는 2박3일이 보통이지요.” 하지만 부인과 아이들이 서울 생활을 좋아하고 잘 적응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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