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회 동아연극상]작품상에 '서안화차'와 '허삼관 매혈기'

  • 입력 2004년 1월 28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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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제정한 제40회 동아연극상의 작품상에 극단 물리의 ‘서안화차’와 극단 미추의 ‘허삼관 매혈기’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28일 발표된 동아연극상의 심사 결과 연출상은 ‘서안화차’를 연출한 한태숙씨(극단 물리 대표)에게 돌아갔다. 연기상은 ‘서안화차’에서 ‘상곤’ 역을 맡았던 박지일씨, ‘허삼관 매혈기’에서 ‘허옥란’ 역으로 열연한 서이숙씨, 극단 파티의 ‘추적’에서 국장 역으로 출연한 최일화씨,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옥단어’에서 옥단을 연기한 남미정씨가 공동으로 받았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을 집필한 김정숙 극단 모시는사람들 대표는 희곡상 수상자로, 실물 크기의 토용으로 ‘서안화차’의 분위기를 살린 화가 임옥상씨는 무대 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40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공동 수상한 극단 물리의 ‘서안화차’(왼쪽)와 극단 미추의 ‘허삼관매혈기’.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해 신설된 ‘새 개념 연극상’에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잠들 수 없다’가 뽑혔다. ‘새 개념 연극상’은 기존의 연극 개념을 탈피해 새로운 형식과 감각을 추구한 연극에 주어지는 상. 상금 200만원이 주어진다.

작품상을 수상한 ‘서안화차’는 동성애자이면서 중국계 혼혈인 상곤이 자신을 버린 옛 친구 찬승을 죽이고, 진시황의 무덤이 있는 중국 시안(西安)으로 향한다는 내용. 심사위원단은 “인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작품 내용과 연출력이 돋보였으며, 치밀한 무대 조형도 작품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작품으로 연출상을 받는 한씨는 “시안으로 떠나는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점이 관객에게 설득력을 얻은 것 같다”며 “역사가 오래 된 동아연극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작품상을 공동수상한 ‘허삼관 매혈기’는 중국 위화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작품. 피를 판 돈으로 인생의 위기를 넘기는 허삼관의 슬픈 사연을 오히려 유쾌하게 뒤집었다. “번역극이면서도 한국적인 분위기로 표현해내 극단 미추가 갖는 장점을 잘 살렸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작품상을 받는 극단은 공연 보조비 1000만원씩을 부상으로 받는다. 개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원씩이 수여된다. 아쉽게도 최고상인 동아연극대상은 8년째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올해 심사는 연극평론가 한상철 한림대 교수, 이미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형기 순천향대 교수를 비롯해 채승훈 수원대 교수,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극작가 이강백 서울예대 교수가 맡았다. 심사위원장인 한상철 교수는 “작품상을 받은 두 작품을 보더라도 연극에서 국가나 사회 등 거대 담론이 점차 사라지고 사적인 이야기들이 주제로 주목받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연극계의 흐름을 소개했다.

시상식은 2월 1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불혹맞은 동아연극상 ▼

올해로 40회를 맞는 동아연극상은 1964년 한국 최초의 연극상으로 탄생했다. 당시 동아일보사가 3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제1회 동아연극상 참가작을 공모한 것은 연극계에 큰 파장을 미쳤다.

원로 극작가 박조열씨는 “쌀 한 가마 3000원, 인턴 의사 월급이 500원인 시절에 연극인들은 동아연극상 상금 ‘30만원’에 놀라 감격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동아일보사는 연극상 시상과 아울러 창작극의 활성화를 위해 15만원의 고료를 내걸고 창작희곡을 공모하기도 했다.

초창기 동아연극상은 극단의 참가 신청을 받은 뒤 실제 공연을 심사해 수상작을 발표하는 연극제 형식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1993년부터 한 해 동안 상연되는 모든 연극을 심사 대상으로 확대해 더 많은 극단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무엇보다 동아연극상은 패기 있고 실험적인 신진 극단을 발굴하고 격려함으로써 연극 발전에 기여했다. 제1회 동아연극대상 수상작은 동인제 극단의 선두주자였던 극단 실험극장의 ‘리어왕’이 차지했고, 제2회는 민중극장의 ‘토끼와 포수’, 제3회는 자유극장의 ‘따라지의 향연’이 수상하는 등 역량 있는 신진 극단들이 동아연극상을 통해 두각을 나타냈다.

또 그동안 연출상을 수상한 김정옥, 임영웅, 오태석, 윤호진, 이상우, 김석만, 김광림, 이윤택, 김아라씨 등의 면면을 보더라도 한국 연극을 이끌어 온 동아연극상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수상자 얼굴들 ▼


연출상 한태숙

▽55세 ▽극단 물리 대표

▽‘레이디 맥베스’ ‘에쿠우 스’ ‘광해유감’ 등 연출

연기상 최일화

▽45세 ▽극단 배우세상

▽‘언챙이 곡마단’ ‘좋은 녀석들’ ‘너는 누구냐’ 등에

출연

연기상 박지일

▽44세 ▽극단 김동수 컴퍼니

▽‘죄와 벌’ ‘보이체크’ ‘깔리 굴라 1237호’ 등에 출연

연기상 서이숙

▽37세 ▽극단 미추

▽‘오장군의 발톱’ ‘맥베드’ ‘남사당의 하늘’ ‘둥둥 낙랑둥’ 등에 출연

연기상 남미정

▽36세 ▽극단 연희단거리패

▽‘오구’ ‘시골선비 조남명’ ‘하녀들’ 등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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