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고 하나님의 뜻 하나로 6년 동안 앞만 보고 달린 거죠. 이제 조금 눈을 떴다고나 할까요.”
서강대 독문학과 시절 총학생회에서 활동했던 그는 신학대학원 졸업 후 독일 유학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유학 가기 전까지 잠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자는 생각에서 문 닫기 직전이던 해인교회를 1994년 물려받은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IMF 관리체제 이후 절박한 필요에 의해 노숙자 쉼터를 열고 보니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 노숙자들이 떠도는 것을 보고 여성 및 가족 쉼터를 별도로 만들었고, 이들이 대부분 가정폭력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가정폭력상담소도 만들었다.
또 쉼터를 나가 쪽방촌에서 살게 된 노숙자들을 돕기 위해 쪽방 쉼터도 만들고 자활을 위해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결식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와 푸드뱅크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 둘 필요한 사업을 늘리다 보니 현재 ‘내일을 여는 집’에는 실무자 18명과 노숙자 40∼50명이 함께 머물고 있다. 더욱이 하루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무료급식소와 탁아방에 들르다 보니 온종일 북적댄다. 이 목사는 이달부터 소속 교단인 기독교장로회(기장) 산하 사회복지법인인 한기장 사회복지재단 사무장까지 맡았다. 이 목사의 활동 경험과 노하우를 전 교단적으로 체계화하고 보급하기 위해 총책임을 맡긴 것.
이 목사는 오전 5시반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인도한 뒤 오전 7시반까지 서울 종로5가의 기장 사무실에 나가 업무를 보고 오후 5시 퇴근한다. 이어 노숙자를 돌보고 예배를 집전하며 성경공부를 인도하는 등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인천시의 위탁을 받아 지난해부터 노숙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재활용센터’가 월 매출을 730만원까지 올리는 등 빠른 신장세를 보이며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그는 노숙자 재활에 희망을 갖게 됐다. 또 지난해 말 ‘내일을 여는 사람들’이란 일반 식당을 인근에 열어 그 수익금을 운영자금으로 보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노숙자들이 술 먹고 숙소에 와서 난장판을 벌이거나 공금을 들고 달아나 버리는 일이 적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한다. 한 젊은 실무자는 일부 노숙자들의 횡포에 시달리다 못해 “이런 사람들은 도와줄 필요가 없다”며 떠난 적도 있다.
“노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그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며 상담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삶의 목표를 세워주는 것, 그것을 저는 기독교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싶어요. 예배나 새벽기도 참여를 강요하진 않지만, 그들에게 끊임없이 권유하고 비전을 보여줍니다.” 032-543-6330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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