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자연과학]'엉클 텅스텐-꼬마 올리버의 과학 성장기'

저자 올리버 색스는 “어린 시절 늘 부글부글 이는 거품, 탁탁 튀는 불꽃, 사방에 코를 찌르는 냄새, ‘펑’하는 소리 등과 함께 화학계로 입장하는 꿈을 꾸곤 했다”고 말한다.사진제공 바다출판사

◇엉클 텅스텐-꼬마 올리버의 과학 성장기/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358쪽 1만1800원 바다출판사

과학 올림피아드니, 과학 축전이니 하여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주고자 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어떻게 아이들은 과학 세계로 빠져들 수 있을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의 대중 의학서적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는 자신의 어린시절 회고록이기도 한 이 책에서 그 실마리를 던져준다.

어린 올리버가 과학 세계에 일찍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무엇보다 주위 어른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숲 속을 걸으며 솔방울 비늘과 수열의 관계를 자상하게 설명해 주던 이모는 올리버에게 수학의 매력을 알려 주었다. 수십번 망치질을 해가며 직접 금박을 만들어주던 텅스텐 삼촌 덕분에, 그는 금속들과 친구가 되었다. 과학의 세계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은 부엌의 향료, 조미료 등을 이용해 갖가지 화학현상을 시연해 보이던 부모님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텅스텐 삼촌의 영향으로 올리버는 특히 금속의 세계에서 자신의 탐구영역을 발견하게 된다. 금속이 발하는 각종 색깔에 반해 착색염 실험에 푹 빠져 들었고, 이내 관심은 전지 실험, 분광기 실험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어린이다운 희열로 시작했던 이 실험들로 어린 올리버는 자연스럽게 이들 실험현상 이면에 놓인 원리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떠오르는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올리버는 박물관과 도서관을 드나들었고, 당시 출간되던 과학 서적들을 탐독하기도 했다. 올리버에게 화학이론은 피안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문점에 대한 해답이었다.

회고록 형식으로 씌어지긴 했지만 이 책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다. 자신의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엮어가는 중에 저자는 각종 금속, 원소들에 관한 풍부한 지식들을 전달하고 있다. 행성이나 발견산지를 따라 붙여진 광물 이름에서부터 분광학(分光學·광선 스펙트럼을 연구하는 광학의 한 분과) 지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학 지식들이 담겨 있다. 어릴 때 자신이 품었던 각종 질문들을 화학계의 거장들이 품었던 질문들과 연계시키며 화학의 역사를 펼쳐 놓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보일, 라부아지에, 멘델레예프로부터 닐스 보어에 이르기까지 화학사 전반을 훑게 된다. 라부아지에를 따라 금속을 가열해서 산소를 만들어보는 실험을 직접 해보는 어린 올리버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기존 과학사 책과는 읽는 맛이 다르다.

의사였던 부모를 따라 결국 의학계에 몸을 담게 되었지만, 저자는 여전히 밤이면 원소 주기율표가 뉴욕 맨해튼의 도로망으로 바뀌는 화학 꿈을 꾼다고 한다.

박진희 동국대 강사·과학기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