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영어태교…엄마가 듣는 영어 뱃속 아기도 들어요

  • 입력 2004년 2월 1일 17시 30분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그래서 영어태교까지 생겼다.

그러나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영어태교를 한답시고 지나치게 부산을 떠는 신세대 주부들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

어린이 영어교육전문가 유수경씨(39·수박영어 대표)는 “영어태교는 여러 가지 태교 중 하나”라며 “음악태교와 마찬가지로 언어적 자극을 주면 아이가 태어난 뒤 영어라는 나무를 키우는 데 뿌리가 될 것”이라는 입장. 그는 최근 ‘영어 왕초보 엄마도 따라 하는 자신만만 영어태교법’이란 책을 펴냈다.

태교를 통해 딸 민정이(9·서울 응봉초교 3년)에게 뱃속에서부터 영어를 접하도록 하자 우리말과 영어를 자유롭게 말할 줄 알게 됐다는 영어태교 성공체험을 담았다.

유씨가 민정이에게 일부러 영어태교를 한 것은 아니다. 민정이를 임신하고도 대학에서 예비 영어교사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어태교가 됐다는 것. 유씨는 민정이가 생후 7개월 때 영어태교의 효과를 확인했다.

“앉아서 놀던 민정이가 TV쪽으로 기어가 비디오 화면을 손으로 탁탁 치며 입으로 뭔가 오물거렸어요. S사의 영어교재였는데 임신 중 강의준비를 위해 늘 틀어놓았던 비디오테이프였어요. 다른 영어 비디오테이프를 틀어놓았을 때는 이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아이가 그 영어 비디오테이프에만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호주에서 태어난 유씨 자신도 원어민 환경에서 영어태교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유씨는 부모님과 함께 우리나라로 왔고 유씨는 다시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호주에서 생활했다. 국내에서 특별한 영어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중학교 때 호주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 정도로 금방 영어에 적응했다. 그러나 유씨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뒤 호주로 유학할 때까지만 해도 영어를 전공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손에 수술을 받아 피아노를 다시 칠 수 없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평소 하고 싶었던 언어분야에 매달렸지요. 본드대에서 수용언어학과 영어학 일어학을 전공했고 퀸즐랜드대에서 아동학을 공부했습니다. 호주에서 공부할 때는 남편을 제외하고는 전혀 한국사람을 만나지 않을 정도로 언어공부에 몰입했습니다.”

어려서 호주에서 살았지만 본격적인 언어공부는 20대 중반에 시작한 셈이다. 그러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비디오테이프의 대사를 외울 만큼 수십 번 수백 번 되풀이해 보았다.

유씨 역시 아무리 영어태교가 좋아도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오히려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또 영어태교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끊임없이 언어자극을 주면 여덟 살 이후 한두 마디 영어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언어는 의사소통이 중요하잖아요. 읽기 쓰기는 어느 순간 됩니다. 영어를 낯설어하지 않고 외국인을 만나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태교를 통해 아이에게 그 같은 것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지요.”

민정이가 완벽한 이중언어자는 아니지만 외국인에게 다가가 말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다. 어려서는 민정이에게 하루 영어동화책을 대여섯권 읽어주었지만 초등학교에 들어온 뒤에는 오히려 시간이 없어 체크만 하는 정도. 그래도 잠자기 전 나란히 누워 영어책 한권은 번갈아 한번씩 읽는다.

아이를 좋아하는 유씨는 새 아이 갖기를 소망하며 1년 전 이 책을 집필했다. 그가 전공한 아동학이나 수용언어학에서 언어습득에 가장 좋은 시기는 0∼5세라고 하는데 바로 0세가 태내를 얘기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어린이 영어교육을 위한 다음 카페 ‘베이비 팡팡’(cafe.daum.net/babypangpang)을 운영하고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영어태교 하려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영어간판이나 앞 차 브랜드를 소리 내 읽어본다. 노래방에 가면 자막을 보고 팝송을 부른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라=단어 외우고 문법을 정리하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영어태교는 아기에게 영어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지 엄마의 영어실력을 키우자는 의도는 아니기 때문.

▽영어동요를 들으라=듣는 것만으로도 영어태교는 가능하다.

▽영어비디오를 보라=아이가 태어난 뒤 아이도 볼 수 있는 것을 구입한다.

▽영어동화책을 소리 내 읽어보라=훌륭한 영어실력이 아니어도 엄마 목소리로 들려주는 게 가장 좋다. 태담도 좋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계속하라=지속적인 영어환경이 아이의 영어감각을 키운다.

▼음악태교도 있어요▼

피아니스트 이경미씨(경남대 교수)가 태교음반을 기획해 ‘아기의 지능발달을 위한 음악요법-0세 음악회’라는 타이틀로 냈다. 음악태교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의 두뇌발달 및 엄마의 정서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은 편. 이씨는 실제로 음악태교의 효과를 체험했다. “음악수업과 연주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곡을 접했지만 그중 몇 곡은 건반에 손을 대기 전 이미 암기가 됐고 연주효과도 뛰어났다. 너무나 신기해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께 여쭤보니 그 곡들은 나를 임신하고 있을 때 연주했던 곡들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 음반에 모차르트의 ‘반짝 반짝 작은 별’,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마티니의 ‘사랑의 기쁨’, 생상스의 ‘백조’, 고섹의 ‘가보트’, 차이코프스키의 ‘모차르티나’ 등 밝고 경쾌한 18곡을 골라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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