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라이프]<6>블로그, 사이버 노출증

  • 입력 2004년 2월 1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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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Blog).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네티즌 대부분의 귀에 생소했던 용어다. ‘글과 사진 등을 올릴 수 있는 간략한 홈페이지’로 설명할 수 있는 이 말이 최근 두 ‘유명인사’와 관련해 화제로 떠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cyworld.nate.com)의 ‘미니 홈피’에 주소를 두고 있던 두 블로그 중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이윤형씨(25·대학생)가 만든 블로그였다. 자신의 얼굴 사진과 일상 등을 담은 이 블로그는 지난해 말 ‘재벌 딸의 블로그’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틀 만에 1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기록했다. 관심이 부담스러웠던지 이씨는 곧 이 블로그를 폐쇄했다.

이어 한 여성 방송인의 블로그도 화제가 됐다. 최근 재력가의 남성과 결혼한 뒤 유복한 일상과 고급 생활 집기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듯 블로그에 공개했던 것.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 글이 블로그를 뒤덮었고, 이 방송인은 블로그를 닫고 말았다. 두 사례는 블로그가 가진 ‘개인성’과 ‘집단성’, ‘사생활’과 ‘공공생활’이란 상반된 가치가 충돌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과시’와 ‘정리’ 동시에 충족

그래픽 강동영기자

2002년 11월 국내 최초의 상업 블로그 사이트(www.blog.co.kr)가 개설된 후 15개월. 이제 블로그는 국내에서 1000만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접속하는 웹 공간 최고의 ‘인기품목’이 되었고 ‘네이버’ ‘야후’ 등 웬만한 포털 사이트도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997년 미국의 데이브 와이너가 최초의 블로그 ‘스크립팅 뉴스’를 만들었을 때부터 블로그는 기존의 ‘개인 홈페이지’와 다른 새로운 특징을 가졌다. 웹(Web)과 일지(Log)의 합성어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 블로그는 ‘일지’ 형태를 띤다. 문서와 사진은 가장 최근에 올린 것부터 시간 순서대로 나열된다. 초기 화면에 최신 정보가 사진이나 본문 그대로 뜬다.

누가 방문했는지도 화면에 낱낱이 기록되며, 블로거(Blogger)들은 서로 마음에 드는 블로그에 ‘친구’ 또는 ‘이웃’으로 등록할 수 있다. 클릭 한 번이면 타인의 블로그에서 쉽게 글이나 사진을 옮겨올 수도 있다. 기존의 ‘커뮤니티’처럼 중앙 집중적인 그룹이 아니라 평등하고 느슨하게 연결되는 ‘커뮤니케이션 영역(Sphere)’이 만들어지는 것.

배식한 세종대 초빙교수는 블로그가 확산과 집중을 동시에 원하는 네티즌의 욕구와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블로그는 자신의 글과 사진이 다른 사람에게 퍼져나가면서도 한 곳에 모여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1인 미디어’, ‘일상의 기록’ 두 얼굴

이런 블로그 문화가 갖는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일상의 기록, 또는 과시’라는 성격과 ‘1인 미디어’라는 것이다. 블로거들은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를 ‘일지’에 낱낱이 털어놓는다. 사진 찍고 보고 느낀 것을 모두 실시간으로 등록할 수 있어서, ‘개인형 매체’로서의 잠재력도 크다.

우리나라에서 ‘블로그’라는 용어가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해 이라크전쟁 중 20대 이라크인 건축기술자 살람 팍스가 띄운 블로그 ‘라에드는 어디에?’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면서부터. 지난해 대구 지하철참사 때 눈길을 끌었던 ‘화재 확산 직전 객차 내의 사진’도 한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면서 널리 퍼져나갔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블로그는 사회적 메시지이기보다는 ‘일상 기록’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가을 인기를 끈 ‘리버의 나날들’(blog.naver.com/sexyriver)은 남자 주인공 ‘리버’가 채팅으로 만난 부인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사진과 글로 엮어 띄웠던 블로그. 네이버닷컴이 뽑은 ‘2003년 최고의 블로그’로 선정되고 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최근 이 블로그를 띄우면 첫 화면이 군용 소포 사진으로 장식돼 남자 주인공이 군에 입대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블로그는 쇼핑, 데이트, 육아, 여행 등 시시콜콜한 개인사로 채워진다.

“블로그 문화의 주역인 10대와 20대는 새로운 매체환경 속에서 자라나 과시욕구가 강한 세대입니다. 소통의 코드를 개방해 자신을 드러내고 관찰 당하기를 원하며 또 타인을 관찰하는 데서 기쁨을 얻죠.”

문화평론가 김동식씨(계간 ‘문학과 사회’ 편집위원)의 분석이다. ―끝―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용어설명 ▼

○모블로그(Moblog)

모바일(Mobile)과 블로그(Blog)의 합성어.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어 전송, 곧바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일상의 기록’과 ‘개인 미디어’라는 블로그의 두 가지 주요 특성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서비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티즌’(www.intizen.com), ‘엠톡톡’(www.mtoktok.com) 등의 서비스가 있다.

○위키위키(WikiWiki)

누구나 콘텐츠를 고치고 편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웹사이트. ‘공동의 메모장’ 또는 ‘집합적 게시판’으로 정의된다. 블로그가 개인 웹페이지의 변종이라면, 위키위키는 커뮤니티의 변화 또는 진화된 형태다. 집단의 참여로 콘텐츠 내용의 진화를 이루어낸다는 점에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구현에 적합한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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