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말 멋지더군요. 이렇게 벽에다 등을 대고 말이죠, 태권도도 배우지 않았을까요, 앞차기, 올려차기, 걷어차기 … 그리고는 경상남도 넘버 원답게 잽싸게 도망치더군요 … 비는 철철 쏟아지는데, 빗발보다 빨랐습니다 … 그의 아버지도 참 이름을 잘 지었죠, 우근이라, 하하하, 하하하하, 나는 웃었습니다 … 내 꼴이 얼마나 비참하던지 … 전봇대 뒤에 숨어서 걸레짝처럼 비에 쫄딱 젖어 … 비를 맞고 웃으면서, 죽을 때까지 저 자식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패배감을 곱씹었습니다.
이우근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들어서 잘 알고 있겠지만, 전설이랄까, 아니, 영웅입니다. 싸움만 잘 하는 남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달리기만 잘 하는 남자도 얼마든지 있고요, 민주애국청년동맹에도 리더는 몇 명이나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싸움도 잘 하고 달리기도 잘 하는 리더는,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눈을 씻고 찾아도 우근이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다 키도 훌쩍 크고, 스치고 지나가면 같은 남자라도 뒤돌아볼 만큼 잘 생겼습니다. 성격도 좋고, 신의가 두텁고, 그런데 여자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아 그럴싸한 소문 하나 나지 않으니 …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남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 하지만 존재합니다 … 그것도 내 친구입니다 … 아시겠습니까? 그런 남자가 친구인 나의 고통을….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