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SBS ‘발리에서 생긴 일’ 재벌 2세역 조인성

  • 입력 2004년 2월 5일 17시 57분


지난달 28일 오후 3시, SBS 경기 고양시 탄현제작센터 G스튜디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토일 밤 9·45) 촬영 현장. 재벌 2세 재민(조인성)은 수정(하지원)을 만난다는 기대에 두터운 코트를 막 걸치려던 참이다. 코트의 팔 구멍을 찾지 못해 낑낑거리던 조인성이 뒤로 나뒹군다. 최문석 PD가 “컷(NG)”하고 외쳤다. 조인성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일어나더니 “이렇게 무거운 코트를 왜 협찬 받아? 역도선수도 아니고”라면서 스태프들을 웃겼다.

이 드라마에서 조인성은 독특한 부잣집 철부지 아들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재민은 이른바 ‘싸가지’ 없지만 왠지 품어주고 싶은 남자다. 제멋대로 하고 아버지의 회사에 ‘소풍’가듯 출근하며 컴퓨터게임 하느라 넋을 놓는 사람. 그러나 수정에게 “자고 가라”며 지갑 속에서 지폐를 한 움큼 꺼내 던지는 순간에도 그는 눈빛에 뜻 모를 슬픔을 담는다.

“걱정했어요. 오만하고 거만하게 보일까봐. 하지만 ‘부잣집 아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재민은 사실 연약한 사람입니다. 무서우면 노래를 부르며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죠. 못되게 굴지만, 어떻게 보면 착하고 귀엽고 또 섹시하고….”

“부잣집 아들 역을 하니 좋은 점이 뭐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이 의외다.

“야외촬영 때 ‘춥지 않다’는 거죠. 애인과의 대화도 늘 따뜻한 고급 승용차 안에서 하고.(웃음) 이전 드라마 ‘피아노’ 때는 가난한 청년 역할이라 늘 추웠어요.”

재민, 수정, 인욱(소지섭), 영주(박예진) 등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남녀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 사람을 중심으로 모두 삼각관계를 이룬다. 또 ‘부(富)는 악하고 가난은 선(善)하다’는 단선적 선악구도에서도 벗어나 있다.

재민이 연민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 같은 구도에서 오는 다면적 캐릭터 때문이다. 그는 ‘부잣집 날라리’이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회사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인욱에게 열등감과 위기의식을 느낀다. 연적(戀敵)인 인욱에게 사랑과 일 등 양면으로 압박받으면서 막다른 길에 몰리는 셈이다.

“재민은 평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고 살죠. 그런 만큼 그의 내면은 복잡해요. ‘나중에 봅시다’라고 한 마디 해도 그 속에는 질투와 사랑, 갈등과 콤플렉스가 배어 있어요.”

조인성은 “제가 머리가 나쁘긴 나쁜가 봐요”라며 웃었다.

“감독님과 연기를 의논할 때 ‘이렇게 해야지’하고 했는데 돌아서면 ‘아, 뭐였지?’하고 까먹는 거 있죠?”

그는 ‘발리에서…’에서 연기만큼 새로운 패션으로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청바지 또는 정장에 최고급 친칠라 코트, 여기에 스니커즈(운동화)와 배낭. 스태프가 “배낭 메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말렸지만 조인성은 평소 메고 다니는 배낭을 고집했고, 어느새 패션 코드가 됐다.

5년째 그의 코디네이터를 맡아온 스타일리스트 정혜진씨는 “자유분방한 뉴요커 스타일이 컨셉트”라며 “캐주얼 청바지와 최고급 모피는 극단을 오가는 재민의 성격을 이미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극중 재민이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드라마 게시판에는 “재민을 죽이지 말아 달라”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조인성은 “나도 극중 사랑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궁금하다”며 “발리에서 자살 장면을 찍고 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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