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복음화위원회’(가칭)는 이날 김기수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하고 3월 중 정식 정당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이들은 참신한 교계 인물들을 발굴해 4월 총선에서 전국 227개 지역구에서 모두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창당 물밑작업을 주도해 온 박영률 목사(전 한기총 총무)는 “창당에는 교단이나 교회별로 참석하는 게 아니라 발기인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다”며 “보수인사뿐만 아니라 김지길 전병금 목사 등 진보적 인사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당 작업은 1997년 결성된 한국기독교시국대책협의회 소속 인사들이 주축을 이뤄 진행되고 있다. 이 협의회에는 조용기 김준곤 신신묵 김삼환 이중표 이만신 지덕 최성규 최병두 등 유명 목회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최근 혼란한 사회상황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교회 내부에만 머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적지 않다. 창당 주역의 대부분이 극우적 형태를 보여 왔기 때문에 기독교정당의 모델에 대한 교계의 합의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부의 결집도 순조롭지 않다.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정치에 관여할 뜻이 없다”며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의회 내부에서 진보적이라고 알려진 목회자들이 적극 참여할지도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선거에 투입한다면 1, 2석은 얻을 수 있겠지만 교회를 선거에 이용하면 종교를 벗어나 일개 이익집단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고세훈 교수는 “수백개의 교파로 분열돼 있고 이념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기독교정당 창당은 교계 내부에서나 사회적으로나 분열을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CBS저널’이 개신교 목회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기독교정당 창당에 대해 63%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교회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