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비틀스의 명성만큼이나 그에 대한 책도 많이 발간됐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특별하다. 지금까지 출간된 비틀스 전기(傳記)가 주로 번역서였던 점에 비해 이 책은 한국인이 썼기 때문이다.
그럼 저자는 대중음악평론가나 팝음악연구가 같은 그럴싸한 직함을 갖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이 책을 쓴 한경식씨(42·LG산전 PLC 설계팀 부장)는 공학 석사 출신의 연구직 엔지니어다. 다만 비틀스 마니아일 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비틀스에 빠졌어요. 왜 좋으냐고요? 글쎄,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좋아요. 비틀스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친근감이 있잖아요.”
비틀스에 관해 각종 자료를 모으던 그는 대학 시절 “언젠가는 비틀스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을 준비했다. 2001년 비틀스 노래 전곡의 가사를 번역하고 해설을 붙인 ‘The Beatles 컬렉션’(친구미디어)을 냈고, 이후 비틀스 전기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560쪽이 넘는 이번 책에서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의 탄생과 만남, 활동을 집대성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주말에만 짬을 내 글을 썼습니다.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모은 비틀스 관련 서적들이 큰 도움이 됐죠.”
한씨가 책 뒤에 밝힌 국내외 참고문헌만 72종이다. 한씨는 주관적인 견해를 배제하고 철저히 ‘자료’에 입각해 비틀스의 생애를 꼼꼼히 되짚으려 했다.
예를 들어 한씨는 책에서 비틀스의 전신으로 꼽히는 록그룹 쿼리멘(Quarrymen)의 결성시기를 1956년이라고 밝혔다. 비틀스 전문연구가 마크 루이슨(‘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 저자)이 주장한 이래 일반적으로 쿼리멘 출범이 1957년 3월로 알려진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한씨는 이 주장의 근거로 쿼리멘 전 멤버들의 증언을 인용했다. 또 비틀스의 초기 멤버인 스튜어트 서트클리프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계단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다, 불량배에게 맞았다 등 전해지는 이설(異說)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아쉽게도 비틀스가 탄생한 리버풀에는 아직 못 가봤어요. 꿈이 있다면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비틀스에 관한 기행문을 쓰는 겁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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