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모성혁명'…“母性을 일깨워라”

  • 입력 2004년 2월 6일 17시 28분


◇모성혁명/산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김정은 옮김/414쪽 1만2000원 바다출판사

미국의 생태학자인 산드라 스타인그래버(44)는 1998년 서른여덟에 첫 아이를 임신했다. 그는 방광암을 극복하고 늦둥이를 가진 조심스러운 산모로서, 여느 임산부들처럼 기쁨과 불안과 초조감을 느끼며 무수한 질문들을 떠올린다.

왜 입덧을 하는 걸까. 왜 기형아가 생기는 걸까. 양수검사를 꼭 해야 하나. 아이를 위해 무얼 가려먹어야 하나. 모유를 꼭 먹여야 할까.

그는 임신기간 내내 도서관을 드나들며 발생학 서적을 뒤적이고 기형에 관한 논문을 찾으며 환경생태 보고서를 읽고 임신과 출산에 관한 궁금증들을 낱낱이 해결해나간다.

그리고는 유명한 인디언 산파 캐시 쿡의 말을 떠올리며 무릎을 친다.

“엄마의 몸은 아기의 첫 번째 환경이다.”

세상이 오염되면 엄마가 오염되고, 엄마가 오염되면 아기도 병든다.

이 책은 한 여성생태학자의 모성(母性) 지키기 보고서다. 아기의 건강과 엄마의 몸, 지구환경의 관계를 탐구하고 기록했다. 그 결과로 나온 임신·출산·수유에 관한 많은 정보들도 담고 있다.

●임신, 태아를 위협하는 것들

선천성 기형은 미국에서 유아 사망 원인 1위다. 그 원인은 유전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더 크다.

수은은 태아의 뇌를 파괴하는데 수은의 주요 흡수경로는 생선과 해산물 섭취다. 1986년 덴마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산물을 많이 섭취한 엄마일수록 머리카락에서 검출된 수은의 농도가 높았다.

그 엄마들이 낳은 7세 자녀들을 평가한 결과 엄마의 머리카락에서 검출된 수은의 농도가 높을수록 아이들의 기억력이나 학습력도 떨어졌다. 또 출생 전 수은에 노출될 경우 출생 후 어린 시절에 노출될 때보다 더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환경연구협회는 임산부들에게 캔에 든 참치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먹지 말라고 경고한다.

문제는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3000가지의 대량 생산화합물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태아와 아이들의 생체발달에 미치는 효과가 검사되지 않고 있다는 것. 설사 위해성이 입증된다고 해도 업계의 저항에 밀려 사용금지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수많은 아이들의 희생을 기다려야 한다. 1925년 국제협약을 통해 태아의 뇌를 파괴시키는 납 페인트의 가정용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미국은 업계의 로비에 밀려 1970년대 후반에야 납 페인트 생산을 중단시켰다.

●출산, 모유의 딜레마

저자는 출산의 진통은 질병의 통증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고, 산통(産痛)을 덜어주는 마취제의 도움 없이 ‘성당을 채우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 같은’ 통증 끝에 딸을 낳았다. 의사의 강권에 못 이겨 회음부를 절개할 수밖에 없었지만, “출산 후 2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요실금과 둔해진 성감으로 괴로워한다”며 절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출산의 고통을 이겨낸 산모들에게는 ‘모유의 딜레마’가 기다리고 있다. 모유가 아기에게 좋은 이유는 100가지가 넘는다. 생후 1년간 모유를 먹여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감소되는 것만 쳐도 아기 한 명당 연평균 331∼475달러(40만∼57만원)의 의료비가 절감된다. 젖을 먹인 엄마들도 자궁암과 폐경 전 유방암 발생 비율이 낮다.

문제는 사람의 젖에는 소젖보다 10∼20배나 높은 농도의 유기염소계 오염물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1996년 한 연구자는 “모유를 분유처럼 관리한다면 모유는 독성물질 함유량이 높아 절대 시판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유와 모유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마음 놓고 젖을 물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딜레마는 해결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먹이사슬의 마지막 꼭대기에 젖먹이 아기를 그려 넣는 일이다. 난분해성 독성 화합물은 먹이사슬을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10∼100배 농축된다. 오염된 환경의 최대 피해자는 엄마가 아니라 그보다 10배, 100배 상처를 받는 젖먹이들인 것이다. 원제 ‘Having Faith’(2001년).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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