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연주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파비오 비온디와 원전 연주악단 에우로파 갈란테는 벌써 20년 가까이 유행해온 기존의 ‘원전 연주’도 살짝 비틀어 볼 수 있는 대상임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비발디의 ‘사계절’ 연주에 널리 사용돼온 ‘암스테르담판’ 필사악보 대신 훗날 발견된 ‘맨체스터 도서관판’ 악보를 사용했다. 이날 연주는 이미 음반으로 확인된 바이지만, 음 사이의 연결, 빠르기 설정, 장식음(裝飾音) 표현 등에서 귀에 익은 연주와 사뭇 다르고도 신선한 면모를 마음껏 보여주었다.
‘봄’ 첫 악장에서 번개를 표현하는 상행(上行) 음형을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서로 주고받듯이 연주할 때부터 청중의 관심은 집중됐다. ‘여름’ 마지막 악장에서 전 바이올린 파트가 활을 뒤집어 활등으로 연주(콜레뇨·Col legno)하는 등 곳곳에서 에우로파 갈란테는 작품의 회화적 특징을 새롭게 살려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이날 연주가 새로웠을까. 그렇지는 않다. 바로크 작품 해석에서 유머러스한 면모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이들의 ‘이탈리아식 연주’는 ‘일 지아르디노 아르모니코(화음의 정원)’ ‘소나토리 조이오사 디 마르카(시장의 유쾌한 음악가들)’ 등 후배격인 다른 악단들에 의해 한층 더 철저히 소화됐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템포와 강약을 붙들었다 놓았다 하는 이 두 악단의 파격적인 ‘사계절’ CD에 친숙한 청중이라면 에우로파 갈란테의 ‘유머’는 오히려 싱거울 수도 있었다.
바로크 시대의 활을 사용하는 원전 바이올린 연주는 현대 바이올린에 비해 꽤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독주자 겸 리더인 비온디는 이날 연주에서 지판(指板)을 짚는 왼손의 실수를 자주 했다. 빠르게 상행 악구가 흐르는 부분에서는 조마조마한 느낌마저 들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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