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이 숲 헤치면 무엇이 있을까…이재삼의 '숲 너머'전

  • 입력 2004년 2월 8일 17시 26분


이재삼 '저 너머'(가로 777㎝ x 세로 194㎝)의 일부, 갤러리 도올.
이재삼 '저 너머'(가로 777㎝ x 세로 194㎝)의 일부, 갤러리 도올.
잔가지들과 풀들이 무수히 얽혀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는 화면 앞에 서니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목탄으로 그린 숲은 오래된 흑백 화면처럼 시간의 흔적과 깊이가 느껴진다.

서양화가 이재삼씨는 드로잉이나 밑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숯덩이 목탄을 회화의 재료로 삼아 작업해왔다. 그가 그동안 주제로 삼아 왔던 인물이 아닌 자연을 소재로 한 개인전 ‘숲 너머’ 전을 연다. 전시장 두 벽면을 차지한 길이 8m의 대작 ‘저 너머’는 경주 부근의 조릿대 숲을 소재로 그린 작품이다.

나머지 10여점에선 개나리, 포도 등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을 소재로 다뤘다. 작가는 목탄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빛을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빨아들이는 성질 때문에 먹이 내는 검은 색보다 더 깊이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근경, 중경, 원경으로 입체감을 나타내는 서양 회화와 달리 이씨의 그림은 언뜻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검은 색에서 우러난 깊이감으로 공간감이 살아난다. 29일까지 서울 갤러리 도올. 02-739-1405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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