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강동순(姜東淳) 감사는 이 특강에서 “지난해 몇몇 개혁 프로그램을 주도한 이들은 개혁이 시대적 소명이며 정의(正義)라는 확신을 갖고 일을 추진했겠지만, 감정적이고 완성도 낮은 내용을 성급하게 내보내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강 감사가 언급한 개혁 프로그램은 지난해 9월 ‘송두율 논란’을 일으킨 ‘한국 사회를 말한다’를 비롯해 ‘인물 현대사’ ‘미디어 포커스’ 등을 가리키는 것이다.
강 감사는 이어 “KBS는 국민이 주주이기 때문에 무엇이 정의라고 확신하더라도 그것을 섣불리 노골적으로 표현해 갈등의 당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과거에 보수적인 방송이어서 지금은 좀더 진보적으로 방송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은 시청자들을 계도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BS는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처럼 잘못된 국가권력에 맞서는 일을 회피하지 말아야 하며 정치보다는 문화매체가 되고 권력지향적이 아니라 가치지향적이 되어야 한다”며 “KBS의 편성방향은 어느 시대에나 보수 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이념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 공채 1기인 강 감사는 1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듣기에 따라 거북해 할 KBS인(人)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식과도 같은 30년 후배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밝혔다.
KBS 감사는 직책상 사장에 이어 서열 2위로 업무 및 회계에 관한 감독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KBS이사회의 제청으로 방송위원회가 임명하는 자리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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