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클럽이 움직인다]<1>오페라 감상 모임 '광장클럽'

  • 입력 2004년 2월 10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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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영상물을 감상하고 토론하는 ‘광장클럽’ 모임이 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음악감상실 ‘무지크바움’에서 열렸다. 김정민씨(오른쪽)의 설명을 들은 뒤 회원들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윤종기자
오페라 영상물을 감상하고 토론하는 ‘광장클럽’ 모임이 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음악감상실 ‘무지크바움’에서 열렸다. 김정민씨(오른쪽)의 설명을 들은 뒤 회원들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윤종기자
“자, 이제 네로 황제와 포페아 황후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2중창을 부릅니다. 이 아름다운 2중창은 훗날 다른 작곡가들이 덧붙인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눈발이 흩날리는 6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의 음악감상실 ‘무지크바움’. 로마시대 복장의 주인공들이 대형 프로젝션TV 화면을 가득 채운 가운데 진행자 김정민씨의 해설이 이어졌다. 젊은이에서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까지 스무명 남짓한 청중은 오페라 감상모임인 ‘광장클럽’ 회원들이다.

1643년 몬테베르디가 쓴 초창기 오페라 ‘포페아의 대관’ 해설과 영상물 감상이 끝나자 박수에 이어 저마다의 감상을 말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8, 9대의 악기에 불과한 반주부의 음향이 아직은 초기 바로크시대의 특징을 드러낸다”는 전문가적 분석에서부터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준회원의 소박한 감상까지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한 마디씩 보탰다.

‘광장클럽’은 올해 만 6세를 맞는다. 모임의 ‘창시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인 박종호씨(음반점 풍월당 대표)와 역시 정신과 전문의인 우병탁씨. “98년 2월의 일이었죠. 음악을 좋아하는 우씨가 어느 날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니 가르쳐달라’며 불쑥 찾아왔어요. 오페라 영상물을 틀어놓고 저녁 내내 얘기를 나눴죠. 그 다음 주에 여섯명쯤 되는 벗들을 데리고 또 찾아왔더라고요.”

알음알음으로 조금씩 회원이 늘어났고, 박씨의 집이 있던 ‘광장동’을 따서 ‘광장클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아예 2001년 5월에는 ‘광장클럽’ 회원들과 박씨가 강사로 참여하는 여성들의 오페라 감상모임 ‘마리아칼라스 소사이어티’, 이들이 당시 함께 모이던 음악감상실 ‘바흐하우스’의 대표인 최예린씨가 공동 출자해 압구정동에 ‘무지크바움’이라는 강의식 음악영상 감상 전문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이후 오페라 외에 고전음악을 감상하는 ‘클래식바움’, 발레 동호회 ‘발레바움’ 등이 정기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광장클럽’은 언제나 다름없이 이 공간의 얼굴이자 원조다.

모임이 계속되는 동안 ‘광장클럽’은 국내 오페라계의 ‘파워’로 발전했다. 박씨 외에 유형종(한국신용평가정보 상무) 김경호(한진중공업 근무) 김원(정신과 전문의) 이수완(서울대 미학과 강사) 황장원씨 등의 멤버들이 음악전문지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오페라 칼럼니스트나 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다. 한 오페라단은 해외 공동 제작으로 새 작품을 올릴 때 ‘무지크바움’에서 영상물 감상회를 갖는다. 온·오프라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페라 논객’들과 개성 있는 감상자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광장클럽’의 윤홍근 회장(변호사)은 이렇게 모임의 매력과 역할을 설명한다.

“우리 클럽의 장점은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급 회원이 많지만 초심자의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항상 신선한 자극을 주거든요. 회원들은 각자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오페라의 매력을 전파해 오페라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죠.”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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