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아크로폴리스]<6>종교, 어떻게 이해하고 믿을까

  • 입력 2004년 2월 11일 17시 25분


코멘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모스크에서 종교적 다원화시대에 한국 종교가 가져야 할 개방성과 다양성에 대해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장석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장, 지관해 서울복음교회 목사, 진노을 안영호씨.  -이훈구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모스크에서 종교적 다원화시대에 한국 종교가 가져야 할 개방성과 다양성에 대해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장석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장, 지관해 서울복음교회 목사, 진노을 안영호씨. -이훈구기자
《한국 청소년들은 종교를 믿음과 구원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구체적 종교 형태를 통해 이해한다. 이들은 각 종교 신도와 성직자의 생활을 통해 종교의 의미를 유추하기도 한다. 이번 회 ‘젊은 리더를 위한 민주시민강좌’에서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장석만 소장(49)이 대학 신입생과 재학생, 그리고 개신교 목사와 함께 종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믿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먼저 서울 종로의 종묘(宗廟)와 용산구 한남동의 이슬람교 서울 성원(모스크)을 둘러봤다. 종묘는 조선시대에 국가적으로 조상숭배의 제의(祭儀)를 치르던 곳이고 모스크는 이슬람교 사원이다. 종묘가 종교적 공간으로서 ‘이미’ 낯설어져 버렸다면 모스크는 ‘아직도’ 낯선 공간이다. 그리고 이 두 지점 사이에 한국 종교의 현재가 있다.

#종교마다 다른 문제 상황

▽안영호=이슬람교는 인간의 원죄를 말하지 않더군요.

▽장석만=모든 종교는 현실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상황을 던집니다. 기독교는 원죄라 하고, 불교는 ‘마음은 깨끗한데 때가 꼈다’고 하지요. 종교마다 문제 상황과 그걸 푸는 방법이 다르지요.

▽안=종교는 사람을 틀에 가둔다고 생각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 앞둔 일요일에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는데 한 친구가 교회에 가야 한다며 선생님에게 떼를 썼어요.

▽장=틀은 국가에도 있어요. 군대에선 극단적으로 볼 수 있지요. 틀이 종교를 꼭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지관해=본질이 아닌 형식에 매이게 할 우려는 있죠.

▽안=과학이 계속 발달하면서 그 지식을 바탕으로 커다란 하나의 종교를 이룰 것 같아요.

▽진노을=과학은 발달했지만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똑같지 않을까요. 오히려 새로운 종교의 등장으로 종교 형태가 더 다양해질 것 같아요.

▽장=산을 오르는 길은 많지만 정상에서는 다 만난다는 이야기가 있죠. 슈퍼마켓에 가서 상품 고르듯 자기 구미에 맞는 신앙을 고르게 될 거라고들 예견해요. 소녀 골퍼 미셸 위에게 노장 골퍼 잭 니클로스가 “너 자신을 믿어라”고 했다죠. 반대로 “어려운 고비마다 신을 생각하라”는 조언도 가능합니다. 이 두 조언은 종교의 두 가지 전통을 대변해요. 궁극적 차원을 자기 밖에 두는 ‘초월성의 종교’와 자기 안에 두는 ‘내재성의 종교’ 말입니다.

#자유로운 종교 활동

▽진=종묘에서처럼 집에서도 제사를 올리잖아요. 개신교에서는 우상숭배라고 하지만….

▽지=저는 목사지만 아버지 묘에 가면 절을 합니다. 한국에 처음 기독교를 전래한 외국 선교사들이 조상에 감사하는 하나의 미풍양속을 오해한 것이 아쉽습니다.

▽안=어려서 교회에 잠깐 다닐 때 우상숭배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으면서도 절에 가면 불상에 절을 했어요.

▽장=불상이 우상일까요? 개신교는 천주교의 성모 마리아상을 우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슬람교는 개신교의 십자가를 우상이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모스크 벽에 쓰인 코란의 말씀은 우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사람들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대상을 신으로 섬긴다면 그게 우상 아닐까요.

▽장=우상은 유일신을 전제로 합니다. 유일신의 형상은 우상이 아니지만 유일신과 관계없는 것은 우상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는 수시로 변합니다.

▽진=‘사이비 종교’라는 말을 종교학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혼란스러웠어요.

▽장=교단의 힘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정통과 이단을 가르는 것이지, 사이비 종교와 진짜 종교를 나누는 기준은 없어요. 비윤리적이고 신도를 죽이는 종교집단은 사이비이기 이전에 ‘나쁜’ 종교집단입니다.

#성숙한 종교인 상

▽진=어렸을 때 신부님 옆에서 시중드는 복사(服事)를 하고 싶었는데 여학생이라고 못했어요.

▽장=종교의 전체적 구조가 여성에게 불리합니다. 여성 신도가 태반인데 지도부는 다 남성이지요.

▽안=신(神)도 자기를 믿겠다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 차별이 계속된다면 불쾌해 할 것 같아요.

▽진=그런 구조를 전통이라고 고수하지 말고 재해석해야 해요.

▽지=모세 율법에서 여자와 아이는 사람 취급도 못 받았지요. 성경이 쓰인 맥락을 이해하지 않는다면 문자적 해석에 그칩니다. 경전의 말씀을 지금 우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바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텍스트 자체가 우상이 되겠지요.

▽안=중학교 때 교회 여름캠프를 다녀온 친구가 ‘노아의 방주’ 사진을 봤다고 해서 “조작이다”, “아니다” 크게 싸웠어요. 그 다음부터 가까운 사람들과는 되도록 종교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진=종교가 처음에는 모두를 포용할 것처럼 하다가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로 가르는 배타성과 폐쇄성을 보일 땐 실망스럽기도 해요.

▽지=폐쇄적이라는 것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유약하다는 뜻이겠죠. 남과 관계 맺지 못하는 유아기적 속성을 떨치고 다른 종교와 대화를 통해 성숙해져야 합니다.

▽장=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열어둬야 합니다. 정체성의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으로 도약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결국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으니까요.

정리=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종교 더 알고 싶으면 이 책-영화 보세요▼

▼책▼

▽지구촌의 신앙, 타인의 신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분도출판사, 1989)=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 지음.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및 유대교 등 세계 주요 종교의 성격을 교리나 제도의 측면이 아니라 신앙인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서술.

▽종교 다시 읽기 (청년사, 1999) =한국종교문화연구소 간. ‘종교와 과학은 적대적인가’ 등 종교에 관해 흔히 제기될 수 있는 35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비전공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서술.

▽경험과 기억:종교문화의 틈 읽기 (도서출판 당대, 2003)=정진홍 지음. 종교를 공정하고 폭넓은 맥락에서 파악. 저자는 종교를 개별 종교 전통의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심각한 한계를 갖는다고 설명.

▼영화▼

▽몬트리올 예수(감독 데니 아르캉, 1989)=지금 우리가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살려고 한다면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영화.

▽체리 향기(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1997)=자살한 다음 자신의 시신에 흙을 덮어줄 사람을 찾는 주인공의 이야기. 사람들이 죽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느낄 때는 도대체 어떤 상황일까.

▽테오레마(감독 파올로 파솔리니, 1968)=이방인의 방문으로 안온하던 부르주아 가정이 전면적으로 변화한다. “신성함과 인간의 관계, 신성함이 인간의 실존을 표현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파졸리니 감독의 대표작.

▽브라질(감독 테리 길리엄, 1985) =현실의 잔인함에서 벗어나 유토피아를 열망하는 일은 종교적 상상력의 주요 부분이라는 점을 암시.

▼참석자▼

지관해(44)=서울복음교회 목사

진노을(21·여·천주교)=서울대 인문학부 2학년

안영호(19·무교)=성균관대 사회과학부 입학 예정

▼다음주의 '新아크로폴리스'▼

△주제=한국 청년사를 다시 본다

△강사=하영선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서강대 국제문화교육원에서 진행 중인 공개강좌는 안민포럼(www.thinknet.or.kr)으로 문의 바랍니다. 02-743-1786~8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