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활약 중인 설치작가 강익중씨(43)가 뉴저지주 프린스턴시에서 4월 개관 예정으로 신축 중인 도서관 1층 로비에 설치할 벽화 준비로 바쁘다.
프린스턴대학으로 더 유명한 프린스턴시는 백인과 남미 출신들이 큰길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사는 단절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벽화를 화합의 무대로 삼기로 하고 지난달 시민들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은 소품을 가져오면 그것을 벽화에 붙이겠습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은 사이지만 각자 소품을 내놓는 순간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마치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전선에 전기가 흐르듯이….”
취지에 공감한 시민들은 훈장이나 배지, 아이들의 어릴 적 장난감, 사별한 자녀의 사진 등을 내놓았다.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한 후손은 아인슈타인이 애용했던 담배파이프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가로 세로 3인치(7.6cm)짜리 소형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 수천개, 수만개를 배치하는 작업으로 ‘3인치 작가’라는 별명을 얻은 강씨는 이번에 5000개의 나무판 그림들로 벽화를 만들 계획. 시민들이 기증한 소품은 기증자 이름과 함께 그림판에 부착된다.
프린스턴 시민들의 모국어는 무려 54종. 한국어는 상당히 큰 언어에 속하며 아샨티(아프리카 가나), 케추아(잉카문명권) 등 생소한 소수 언어도 20개가 넘는다. 강씨는 어린이들이 각각의 모국어로 ‘도서관’이라고 쓰게 해 걸어놓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홍익대 미대를 거쳐 뉴욕 프라트 인스티튜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함께 뉴욕의 휘트니 뮤지엄에서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주류 미술계에 뿌리를 내렸다.
2000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청사에 6000개의 그림판이 들어간 벽화를 제작했으며 요즘은 임진강에 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판 50만개로 ‘꿈의 노래’라는 이름의 다리를 놓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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