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씨가 지난 10일 펴낸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문이당)'가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 정권을 '네거티브 현상에 기반한 포퓰리즘 정권'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 과정, 일부 시민단체, 네티즌들의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까지 독특한 논리로 혹독한 비판을 가하고 있기때문.
이씨는 마침 한나라당 총선 공천 심사위원을 맡고 있어 이같은 비판이 여러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이씨가 그 동안 신문에 기고한 시론과 칼럼, 기행문 등을 엮어 만든 이 산문집은 전체 5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새로 쓴 1장 '신들메를 고쳐매며'는 이책의 핵심으로, 이씨의 심경을 거의 노골적일만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씨는 글에서 "해진 신들메(신발끈)를 다시 꼬고, 풀어진 곳을 새로 동여매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돌아보게 되는 일이 있다"며 "그것은 지난 몇 년 동안에 말려들게 된 세상과의 시비로, 마주 보고 앉아 웃으며 얘기하다 갑자기 뒤집어쓰게 된 오물"이라고 불쾌감을 표현했다.
그는 80년대에 자신에게 보수 반동의 죄목으로 돌을 던진 이들과는 달리 근래에 앞장서서 마구잡이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 속에는 젊은 천둥벌거숭이들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를 두고 젊은이들과 부질없는 시비에 빠지기보다는 과거나 잘 마무리 짓는 것이 더 의연한 태도"라고 말하면서도 "하류 지식인들이 젊은이들의 뒤에 숨어 헤헤거리고, 일부 기성세대는 덜떨어졌거나 비뚤어진 생각과 믿음을 재야나 시민 단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에 싸서 젊은이들을 홀리고 있는 현실이 마음 편히 돌아설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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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다시 몇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공공연하게 '악랄한 홍위병이 되자'고 서슴없이 외치다가 한국판 탈레반까지 자처하고 있어 소름이 끼친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네거티브 현상' '인터넷' '포퓰리즘'이라는 세 단어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이씨는 "해외 유학을 패자부활전쯤으로 여기고 이를 악물고 엘리트 면허를 따왔으나, 국내 엘리트 리그에서 시드 재배정을 받지 못한 이들이 대안과 전문성 없는 비판이 특징인 '네거티브'를 들여왔다"면서 "그들의 목적은 세번이나 대권 도전에 실패한 은퇴 정치인을 반(反)엘리트주의와 지역감정의 지원을 받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었고, 아울러 정권과 세상을 바꿔 엘리트 리그의 재배정까지 얻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네거티브 현상이 정치적 목적과 결합되어 노골적인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변질됐으며, 98년 대선과 2000년 총선에서 소수 정권은 톡톡히 재미를 봤다는 것.
또 인터넷을 '타락한 광장'에 비유한 이씨는 지금의 네티즌들이 착오와 환상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서)단순히 그 논의를 지켜보았다는 것만으로 참여의 착각에 빠지고, 어쩌다 몇 줄 리플이라도 달았다면 대단한 쌍방적 교신을 한 것으로 착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씨는 "하지만 실제로는 전문화된 소수가 의도를 가지고 교묘하게 반복한 심리적 폭력에 세뇌당하거나, 일방적으로 특정의 견해를 주입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자신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동의한 결정이라고 굳게 믿는 젊은 네티즌을 보면 실로 딱하고 어이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포퓰리즘의 악영향에 대해 근래의 정치·사회적 사례를 들어가며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먼저 이회창 전 한나라당총재가 SOFA개정을 위한 시민단체의 요구에 서명한 것을 놓고 "대중의 반미감정에 편승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으며, "여당 대통령후보는 지난 5년간의 부정부패로 다급해지자 매판자본이라고 규탄하던 재벌과 야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씨는 포퓰리즘으로 인해, 대북 대공 안보개념의 해체와 반세기 혈맹의 우의가 지워졌으며 그 자리에 어이없게도 가상 주적개념이 자리잡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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