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베를린 시사회…관객 '호평'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54분


제54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사마리아’의 주연 곽지민양(왼쪽)과 김기덕 감독. AFP연합
제54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사마리아’의 주연 곽지민양(왼쪽)과 김기덕 감독. AFP연합
제54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가 11일(한국시간)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였다. 2년 전 ‘나쁜 남자’로 같은 무대에 섰을 때 혹평을 받았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인지 이날 상영 직후 무대에 오른 김 감독은 “영화를 끝까지 인내력을 갖고 봐줘 감사하다”는 다분히 자조적인 인사말을 했다.

‘사마리아’는 김 감독의 10번째 작품으로 여고생 딸(곽지민)이 원조교제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이얼)가 딸과 사귄 남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용서와 화해 등 도덕적 반성적 색채가 짙어 여러 가지 생각할 문제들을 던져준다.

김 감독은 이 자리에서 “‘사마리아’는 우리의 인내력에 관한 영화다”며 “우리 모두는 인내력으로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무대에는 주인공 여진 역의 곽지민 양과 프로듀서 배정민씨, 투자자인 ‘쇼이스트’ 김동주 대표 등이 함께 했다.

영화에 대한 객석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었다. 빈 좌석도 적잖이 눈에 띄었지만 일부 열혈 팬들은 열광적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정보통에 따르면 ‘어떻게 이 정도 수준의 영화가 소위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라는 베를린영화제 경쟁작이 될 수 있느냐’며 맹공을 퍼부은 이들도 없진 않았던 걸로 전해진다.

그런 악평은 일부 저널리스트 및 평론가들에게서도 터져 나왔다. 영화잡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평점에 따르면, 평점을 부여한 총 6명 가운데 3명이 별 2개(4개 만점)를, 나머지 3명이 1개를 줬을 따름이다. 무엇보다 이는 너무나도 열악한 제작여건에서 비롯되었을 법한, 초라하기 짝이 없는 기술적 완성도 탓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의 촬영 횟수는 11차례에 불과하며 순수제작비는 5억원이 채 안된다. 국내에서는 3월 12일 개봉된다.

지금까지 경쟁부문에 오른 22편 중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작품은 리처드 링클이터 감독의 ‘비포 선셋(Before Sunset)’. 이 작품은 국내에 개봉돼 인기를 끈 ‘비포 선라이즈’의 후속편으로 전편의 주인공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를 다시 등장시켜 9년 후 그들 삶의 변화를 그렸다.

베를린영화제는 전통적으로 사회성이 강한 영화제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에는 특히 각국의 사회, 정치적 상황을 다룬 영화들이 많다. 경쟁부문 진출작 중 영국 감독 존 부어맨의 ‘컨트리 오브 마이 스컬(Country of My Scull)’은 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실을 다뤘으나 현지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 9일에는 북한 영화 ‘푸른 주단 위에서’가 상영됐다.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북한영화다. 매년 5월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해 공연되는 대규모 집단체조를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나치시대의 대규모 집회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베를린=전찬일 영화평론가 jci61@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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