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속화 빠져 거룩함 잃어” 옥한흠 목사 쓴소리

  • 입력 2004년 2월 12일 19시 42분


“오늘의 한국 교회는 ‘거룩함’을 잃어 벼랑 끝에 서있는 위기의 상황을 맞았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랑의 교회 옥한흠 원로목사(65·사진)가 한국 교회를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대구경북 지역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가 최근 대구 부광교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옥 목사는 ‘벼랑 끝에 선 한국 교회’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작심한 듯 교계 현안을 일일이 언급하며 회개와 갱신을 촉구했다.

옥 목사는 “거룩함을 잃어버린 한국 교회는 세속화에 빠져 자기 결단과 헌신을 결여한 채 감성적인 찬송과 ‘주여’만 부르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인의 눈치를 보고 인기에 영합하거나 종종 하나님을 이용해 돈과 명예를 얻으려는 거짓 선지자들을 보게 된다”며 “개신교의 10∼20%는 양심을 잃었다고 평가받는데도 교회가 번창하고 있으니 하나님 앞에 더욱 두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변화가 늦은 공동체로 교회를 꼽고 교계 지도자들이 변화의 주역으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들이 정치를 하거나 모임을 쫓아다니는 데 힘과 시간을 쓰지 말고 목회 현장의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며 “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적 변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교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회의 일치와 연합도 꼭 달성해야 하는 과제라고 언급했다. 수백개 교단으로 분열된 한국 교회는 권징(勸懲)의 권위를 잃고 사회적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도 ‘내 교회가 잘되면 되지’하는 개교회(個敎會)주의에 빠진 적이 있었다”며 “교권 다툼을 지향하고 신학적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 전 교회가 사회적 구제와 봉사를 위해 보조를 맞춰야 교회의 참된 권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 대한 비판도 늦추지 않았다. 교단 내 여러 자리를 뽑는 선거에 아직도 금품 제공이 그치지 않는 것을 경고했다. 또 지금까지 금기시되어 온 여성 안수 등에 대한 신학적 검토와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안티 기독교 사이트의 주된 공격 목표가 목사의 부도덕성에 집중돼 있다”며 “주일 헌금의 액수에 관심을 갖지 말고 과정이 옳지 못한 십일조는 받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옥 목사는 일부 대형교회가 후계자 세습으로 말썽을 빚은 상황에서 정년 5년을 남기고 은퇴하며 후임자에게 교회를 넘겨 교계 안팎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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