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언론 '엠바고' 파기 파문]한국 과학계 국제위신 추락

  • 입력 2004년 2월 13일 02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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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한 언론이 황우석 문신용 교수팀의 획기적인 연구결과에 대한 국제적 엠바고(보도제한)를 깨고 성급하게 보도함으로써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연구팀은 1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정 언론이 이번 연구성과에 대한 엠바고 시점을 깨고 12일 아침 보도함으로써 한국 과학계의 국제적인 위신이 추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국 시애틀에서 공식발표를 하기 위해 출국한 황 교수와 문 교수 대신 함께 연구했던 한양대 의대 산부인과 황윤영(黃允永) 교수 등 4명이 참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될 예정이었다. 사이언스와 미국 국가과학진흥회(AAAS)는 보도 엠바고 시점을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4시 이후로 잡았으나 중앙일보가 이를 깨고 12일 보도했다는 것.

AAAS는 중앙일보와 해당 기자의 실명(實名)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엠바고를 파기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미 유력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언론보도 태도 때문에 엠바고 시점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이언스’에 게재되는 논문은 보통 발표 3, 4일 전에 AAAS에 등록된 기자들에게 보도 시점 엠바고가 명시되어 미리 배포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기자들도 이미 이번 연구결과를 10일 입수했으나 언론의 기본양식과 국익이란 차원에서 공식발표 때까지 보도를 자제했다.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이찬휘)는 12일 성명을 내고 “사람 난자에서 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배양했다는 것은 과학계의 쾌거”라며 “특정 신문의 특정 기자가 특종 욕심으로 먼저 보도한 것은 국익을 무시한 자사(自社) 이기주의의 소치”라고 비판했다.

국내 서울대 한양대 미즈메디병원 등과 미국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대안으로 주목을 받는 성과여서 이례적으로 논문발표와 동시에 특별 기자설명회와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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