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확 달라졌다

  • 입력 2004년 2월 13일 15시 06분


2004년 2월, 서울은 만족스러운 대공연장 하나를 얻게 됐다. '강북 공연문화의 상징'으로 꼽혀온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318억원을 들인 1년간의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28일 오자와 세이지 지휘의 빈 필 내한공연으로 다시 문을 여는 것. 13일 이곳에서는 서울시향과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등이 참여한 음향 시연회가 열렸다. 새롭게 탈바꿈한 세종문화회관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달라진 음향

'자 시작합시다!'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1번이 새 연주장의 정적을 갈랐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악명높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사막의 울림'은 사라지고 없었다. 힘없이 흩어져버리던 첼로의 저음은 풍성한 윤기를 머금었고, 눈감으면 위치를 알아차릴 수 없게 흩어지던 무대 뒤편의 팀파니와 호른소리가 또렷했다.

이런 음향개선은 무대와 객석의 재질을 교체하고 네덜란드의 음향전문회사 '프린센 엔 부스'사의 음향장치 'SIAP'(Systems for Improved Acoustic Performance)를 채택한데 따른 것. 원목을 사용한 무대 음향판은 선명한 고음과 부드럽고 풍성한 중저음을 빚어낸다. 1층 객석 바닥도 원목을 사용했고, 2층 객석 양편의 벽면도 최신 음향공학을 동원해 따뜻한 잔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입방체 돌기 형태로 꾸몄다.

"무대에 설치된 8개의 마이크에서 채집된 음향을 컴퓨터로 분석한 뒤 벽면 곳곳에 설치된 250개의 스피커로 부가적인 '보정(補整)음향'을 흘리게 되죠.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와 같이 모든 주파수에 걸쳐 균형잡힌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프린센 엔 부스' 사의 윈 프린센 대표의 설명.

음향시연회에 참여해 연주를 한 오르가니스트 윤양희씨는 "고음에 윤기가 보태지고, 저음도 충실해져 마치 오르간이 바뀐 것 같다"고 감탄했다. 오병권 서울시향 기획실장은 "예전에는 연주자가 낸 소리가 흩어져버렸는데 이제 자신의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디오 평론가 황인용씨는 "모든 음높이에 걸쳐 균형잡힌 소리가 나고 소리의 난반사도 사라져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새로워진 분위기·시설

회색 위주로 썰렁한 느낌이 든다는 평을 듣던 객석 인테리어도 면모를 일신했다. 장미목 분위기의 붉은 원목과 카페트는 영국권 콘서트홀에서 느낄 수 있는 '격조높은 따스함'을 선사한다. 총 객석 수를 예전의 3822석에서 3075석으로 줄이면서 좌석의 앞뒤 간격이 넓어졌다. 1층 객석 뒤를 높여 앞사람의 머리에 신경 쓸 필요도 없게 됐다. 2층 앞쪽의 '로열박스'를 없애고 뒤편의 영사실도 철거해 산만한 분위기를 없앴다.

객석에서 가장 새롭게 느껴지는 변화는 앞사람 좌석 등받이에 부탁된 자막기. 오페라 뮤지컬 등의 공연때 액정 모니터를 통해 대사를 읽을 수 있다. 버튼으로 3개 국어 중 원하는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자막기가 없는 3층 객석에서는 무대 양쪽에 투사되는 대형 화면으로 자막을 읽을 수 있다.

아직 공사가 진행중인 1층 로비는 정면 통로를 없앤 대신 카펫이 깔린 계단을 통해 돌아 들어가도록 해 예전보다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김신환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이상적인 감상환경으로 재개관되는 것은 한 공연장의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약화돼온 세종로 중심의 '강북 문화벨트'가 이를 계기로 제 기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나타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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