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 거석신전(BC 3600년경)으로 간주되는 몰타섬 지간티야의 거대 유적.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보다 1000년 이상 앞서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적이 지중해상의 몰타군도에 갑작스럽게 나타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제공 까치
“대홍수가 일어나기 전인 약 1만7000년 전 북부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대부분 지역은 몇 km 두께의 빙하 아래 묻혀 있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대륙 위에 얼음으로 갇혀 있었기 때문에 세계의 해수면은 현재보다 115∼120m 낮았다.”
이런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대홍수 이전의 베링해협에서는 알래스카와 시베리아가 연결돼 있었고, 영국 남부에서 프랑스 북부로 걸어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의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그리고 일본까지 포함하는 평탄한 대륙 ‘순다 랜드’가 펼쳐져 있었고, 남태평양에는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뉴기니가 합쳐진 거대한 대륙인 ‘사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신의 지문’, ‘신의 암호’ 등 이른바 신비고고학이라 불리는 흥미진진한 고고학적 탐구를 담은 저서들로 유명한 핸콕이 이번에는 대홍수로 수몰된 왕국을 찾아 나섰다. 물론 그의 입장은 ‘신비고고학’이라 불리는 만큼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영국 BBC TV의 간판 과학시리즈인 ‘호라이즌’은 1999년 11월 핸콕을 맹렬히 공격한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다.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해 과학적 실증성과 논리성이 없는 주장으로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그의 책이 전 세계에서 약 20개 국어로 번역되고 수백만권이나 판매된 것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 내기 위해 고고학자들이 흔히 무시해 버리는 증거들을 하나하나 다시 확인해 가는 그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의 ‘봉인(封印)’을 풀겠다며 바다로 뛰어든 핸콕은 ‘빙하시대의 수몰된 왕국들’이란 부제를 가진 이 책의 첫 장을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한다.
“기대하지 않으면 예상 밖의 것을 찾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것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기존 학자들이 함부로 꿈꾸지 못하는 고대문명 발굴이다. 그는 인도, 일본, 유럽 등지에서 전해오는 전설 속에서 힌트를 얻어 많은 고고학자들이 자연현상으로 치부하는 바다 속의 돌덩어리에서 그 고대문명들의 희미한 자취를 찾는다. 그는 아내와 함께 직접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배워 아라비아해의 해저에서 고대 도시들의 흔적을 찾고, 일본 근해에서 거대한 돌로 구성된 건축물의 흔적들 틈을 헤엄쳐 다니며 문명의 자취를 좇는다. 지중해에서 잊혀진 도시를 찾고, 대서양에서 고대의 건축구조물을 발견한다. 이를 근거로 해저의 지도를 그리고 그 흔적들을 건져 올려 다시 그 문명들을 인간의 역사 위에 자리매김한다.
핸콕의 장황한 설명에 넋을 놓고 빠져든다 해도 인류가 차근차근 쌓아온 문명 이전에, 어쩌면 지금의 문명보다 더 발달한 문명이 있었다는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고대문명 탐험에 동참하는 일이 색다른 경험임은 분명하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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