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作心三日)은 대다수 10대들이 앓고 있는 병이다. 잔소리와 굳은 다짐도 소용없다. 유혹거리가 널려 있고 스트레스는 정신을 흩어 놓는다. 갈등과 고민 속에 소중한 시간은 흘러가고 후회가 가득한 채로 학교 문을 나선다. 안타깝다.
이런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절실한 것은 ‘왜’에 대한 답이 아니라 ‘어떻게’에 대한 설명이다. 청소년기의 소중함을 몰라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결심과 좌절 사이를 반복하는 아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어떻게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필요가 큰 책일수록 상업성에 물들기 쉽다. 실용서일수록 강렬한 제목으로 독자의 구매욕을 자극하지만 내용은 상식 수준의 덕담(?)과 현실성 없는 ‘비법’들뿐인 경우가 많다. 학생들에게 자기관리 책을 권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실용서를 추천할 때면 그 책이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팔리고 있는지 꼭 확인한다. 광고 등에 힘입어 불쑥 튀어나온 쭉정이 같은 책들은 금방 사라지지만 진정 내용 있고 ‘실용적’인 책은 오래 살아남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좋은 책이다. 우선 책 제목부터 솔직하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 법. 자신과 싸워 이기려면 그만큼 오래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거기다 500쪽에 가까운 분량은 얄팍한 편법을 바라는 마음으로는 감히 책을 펼 수 없게 만든다.
저자 스티븐 코비는 자잘한 훈수가 아니라 본질적인 변화를 위한 지침을 준다. 그는 원칙 중심의 삶을 강조한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원칙이 분명하게 선 사람은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제 갈 길을 간다는 논리다.
그가 제시하는 7가지 원칙은 하나같이 가슴을 울린다. 할 수 있는 일에만 주목하라. 긴급한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독서, 운동 등 중요한 일에 꾸준히 투자하라. 인간관계는 계좌거래와 같다. 신뢰를 주며 윈윈(win-win)의 관계를 만들라. 말하기 전에 잘 들어라. 심신을 단련하라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는 왜 이런 책이 없었을까 하는 한탄이 가슴을 스쳤다. 좀 더 빨리 이 책을 접했더라면 내 삶도 훨씬 나아졌을 터이다. 이에 비하면 지금 학생들은 복도 많다. 서가(書架)에 손만 뻗으면 만날 수 있는 ‘상담자’들이 널려 있으니 말이다. 행복한 일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학교도서관 총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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