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신한 커버에 ‘잠자리에서 읽는 모험이야기’라는 부제만 보면 그저 그런 베드타임 스토리를 짜깁기한 동화집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덟 편의 이야기 속에는 진짜 모험과 감동이 숨어있다.
‘이빨요정 번티’. 아마 서양에는 아이가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두고 잠드는 풍습이 있는 듯. 동전을 놔두고 이빨을 가져가는 일을 해야 하는 번티지만 빈둥거리며 공상만 즐긴다. 일단 용기를 내 이빨사냥에 성공하자 친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사이좋은 곰 형제’는 엄마세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읽은 의좋은 형제랑 똑같다. 밤마다 볏단을 나른 형제처럼 곰 형제는 몰래 자신의 먹을거리를 상대방의 곳간에 가져다 놓다 달빛 속에서 만난다. ‘얌전히 있어, 벤틀리!’에서 애완돼지 벤틀리는 노총각 주인의 데이트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무당벌레 쁘띠 꼬시넬’에서 프랑스의 사랑스러운 무당벌레는 도시락에 갇혀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일랜드로 건너간다. ‘고르릉 곰 이야기’는 50∼60년 만에 첫 주인을 만나게 되는 곰의 인생유전을 담고 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서 “엄마, 하나만 더 읽어주세요”라고 외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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