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알코올중독 크게 늘었다=가톨릭대 성가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의 조사 결과 2000년 16%에 불과하던 여성 환자는 2003년 3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병원 신경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남편이나 시댁식구와의 갈등 등을 고민하다 알코올중독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생활고나 스트레스 때문에 알코올에 빠지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렸을 때 성적 학대나 체벌을 경험한 여성일수록 알코올중독 위험이 높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음주 횟수가 늘어난다는 조사도 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지난해 152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주일에 4회 이상 술을 마시는 여성이 20대는 1.2%에 불과했지만 30대 1.5%, 40대 2.6%, 50대 4.7%로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이 남성보다 위험하다=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가 쉽지 않다. 그만큼 알코올중독의 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수분이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이 65%인 반면 여성은 51% 정도. 알코올을 희석시키는 능력이 여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또 위에서 분비되는 알코올 분해 효소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여성은 남성의 2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위에서 1차로 술을 분해하지 못해 체내에 흡수되는 양이 많은 것.
지난해 6월 미국 알코올전문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술은 여성의 성(性)적인 판단력도 흐리게 한다.
여대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술과 알코올이 없는 음료를 줬다. 그리고 성과 관련된 여러 상황을 제시했다. 그 결과 술을 많이 마실수록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중독은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알코올중독 여성이 낳은 아기의 35%가 기형적 외모, 간질, 각종 정신장애 등의 징후를 보였다. 이른바 ‘태아알코올증후군’이다.
▽가족도 함께 치료 받아라=여성 알코올중독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병을 숨기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대부분 숨어서 술을 마신다. 알코올중독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병이 진행되기 전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는 남성과 달리 수치심이나 죄책감이 심하다. 따라서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또 남편도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보통 심리치료를 받는다.
술의 욕구를 떨어뜨리는 항갈망제를 처방한다. 우울증이 동반되면 항우울제를 처방하고 증세에 따라 불면과 불안을 해소해 주는 약물을 쓰기도 한다.
(도움말=가톨릭대 성가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신경정신과 김대진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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