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효근
감나무 끝에는 감알이 백서른두 개
그 위엔 별이 서 말 닷 되
고것들을 이부자리 속에 담아 와
맑은 잠 속에
내 눈은 저 숲가에 궁구는 낙엽 하나에까지도 다녀오고
겨울은 고것들의 이야기까지를 다 살아도
밤이 길었다
- 시집 ‘새에 대한 반성문’(시와시학사) 중에서
서 말 닷 되 별이야 아랫목에 두어도 빛나겠지만 쭈글쭈글한 감알 백서른두 개, 홑청 새로 시친 이부자리에 물컹 터지면 큰일이다. 큰일이지만서도 겨우내 얼어터지지 않고, 꼭지 빠지지 않고, 까치밥으로 아주 털리지 않고, 여태 매달려 있는 감알이 신통하다. 아니, 그보다 구만 리 장천에 흩어져 있는 알별들 콩멍석 걷듯 다 그러모아 말질, 되질하고 감알 백서른두 개 다 헤아리는 저이의 맑은 눈이 신통하다. 고것들 다 헤아리고 낙엽까지 뒤적이도록 터널처럼 길고 긴 겨울밤. 쇠죽솥 밑 군불 고래에 펑, 도토리 터지는 소리.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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