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6월, 오스트리아의 주요 신문들은 마치 적국의 수도를 함락시키기라도 한 듯 도발적인 기사제목을 1면에 내세웠다. 당시 열여섯 살인 바이올리니스트 리디아 바이히가 유럽방송연맹(EBU) 주관의 음악경연 ‘EBU 그랑프리’에 우승, ‘올해의 젊은 아티스트’로 선정됐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바이히는 이를 계기로 전 오스트리아 음악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젊은 스타가 됐다.이제 22세의 꽃다운 아가씨로 자라난 바이히가 3월 5일 오후 8시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연주곡은 모차르트 소나타 15번, 베토벤 소나타 4번, 프랑크 소나타 A장조. 영국과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주형기가 반주를 맡는다.
왜 오스트리아 언론은 한 소녀의 입상소식에 그토록 예민하게 반응했을까. ‘세계의 클래식 종가(宗家)’라는 자존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현악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신예들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 1990년대 이후 미도리(일본) 장영주(한국) 막심 벤게로프(러시아) 길 샤함(미국) 등이 현악계의 젊은 별로 부상하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의기소침했던 오스트리아인들은 바이히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했던 것이다.
그가 받았던 유무형의 지원은 6년 동안 협연한 악단들을 봐도 드러난다. 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러시아 성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일본 NHK 교향악단과 협연을 펼치는 등 그의 경력은 ‘치밀하게 관리’ 돼왔다. 오스트리아 국립은행이 ‘바이올린의 왕’으로 불리는 ‘조세프 과르네리우스 델 게수’를 구입해 그에게 무상 대여해준 것도 어쩌면 ‘당연한’ 혜택이다.
그의 막힘없는 성장가도에는 청중을 매혹시키는 세련된 매너와 미모도 한몫 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연주의 특징은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다. 한국 청중도 ‘오스트리아의 승리다,드디어’라며 공감을 보내게 될까. 3만∼4만원. 1544-1555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