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성전용 선거구 위헌 소지 있다

  • 입력 2004년 2월 16일 18시 47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여성전용 광역선거구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전국을 2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에서 1명씩 여성 의원을 뽑도록 함으로써 여성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각 당이 모두 긍정적이어서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여성 유권자의 비율이 51%에 달하지만 여성 의원은 5.9%(16명)로 181개국 중 104위인 현실을 생각하면 여성 의원 수는 늘려야 한다. 19개 국회 상임위에 여성 의원이 1명씩도 배정되지 못할 정도이니 여성의 권익 보호와 신장을 위한 입법인들 제대로 되겠는가. 여성의 사회 진출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유독 정치 분야에선 제자리걸음이다.

그럼에도 여성전용 선거구제는 위헌 소지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헌법은 양성 평등의 원칙에 따라 누구든 성별에 의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역구민에게 특정 성(性)을 뽑도록 강제하는 것은 선거권 제한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조차 “총선을 앞두고 여성 표를 의식했거나, 이를 명분으로 의원 정수를 273명에서 299명으로 늘리려는 속셈”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가 모두 여성 공천 확대를 외쳐놓고 이를 지키기 어렵게 되자 꾀를 냈다는 비판도 있다.

전용 선거구제를 도입하려면 1인 3표제가 돼야 한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선거구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각 당은 약속한 대로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과 지역구 여성 공천 확대부터 충실히 실천하고 이를 토대로 참여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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