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 그림 속의 상황은 화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산물이 아니라 실제를 근거로 그린 진짜다.
과학으로 풀어본 명화의 세계를 만나보자.
미국 텍사스주립대의 도널드 올슨 교수팀은 노르웨이 출신 화가 뭉크의 1893년작 ‘절규’에 나타난 하늘이 핏빛인 이유를 화산재 때문이라고 미국의 천문학잡지 ‘스카이 앤드 텔레스코프’ 2월호에서 밝혔다.
1883년 8월 27일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섬에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있었는데 분출물이 80km 상공으로 튀어올랐다. 당시 화산재는 1883년 말에서 1884년 초 사이에 전 지구 대기에 퍼져 황혼 무렵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화산재가 파장이 짧은 파란빛을 사방으로 산란시키는 대신 파장이 긴 붉은빛을 그대로 통과시키기 때문.
올슨 교수는 “불난 것 같은 핏빛 하늘은 뭉크의 고향인 노르웨이는 물론 미국 뉴욕에서도 관찰될 정도였다”면서 “‘절규’의 붉은 배경 하늘은 뭉크가 실제 인상적으로 봤던 모습을 10년 뒤 화폭에 옮겨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슨 교수는 사실 고흐의 작품에 등장하는 천체를 연구해 그림의 수수께끼를 풀어 온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 여름 그는 ‘한밤의 하얀 집’ 배경이 된 프랑스 파리 서북쪽의 작은 마을을 방문한 뒤 이 마을을 샅샅이 뒤져 그림 속의 집을 찾아냈다. 그림의 방향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커다란 노란 별이 금성임을 확인했다.
올슨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림 속의 금성이 1890년 6월 16일 오후 7시경 정확히 그 자리에 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 ‘스카이 앤드 텔레스코프’ 2001년 4월호에 발표했다. 그림의 시기는 고흐가 자살하기 6주 전이었다.
또 올슨 교수는 일부 미술사가들이 ‘일몰’이라고 했던 고흐의 작품이 사실 ‘월출’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2년 6월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을 찾아가 그림에서 둥근 천체가 걸린 절벽이 실제 동쪽을 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고흐의 작품은 보름달이 뜨는 장면이었던 것.
그는 주변 지형의 거리와 높이, 그림 앞부분에 수확한 노란 밀 등을 단서로 1889년 7월 13일 밤 9시경 달이 절벽의 그 위치에 떠올랐다는 사실을 알아내 같은 잡지 2003년 7월호에 발표했다.
천체는 다른 작품에도 등장한다. 미술사학자 노성두 박사는 “1301년 이탈리아 화가 조토 디 본도네가 ‘그리스도의 탄생’에 그려 넣은 핼리혜성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18세기 초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가 혜성의 76년 주기를 알아냈고 이를 통해 그림의 주인공이 밝혀졌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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