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들’은 이 끔찍하고 극적인 상황을 다뤘다. 5년 전 아들을 잃고 그 충격으로 아내와도 이혼한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 그는 소년원 출신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재활센터에서 목공 기술을 가르치며 살아간다. 소년원에서 갓 나온 16세 소년 프란시스(모르강 마린)가 훈련 센터에 들어온다.
영화는 침묵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다. 음악은 아예 없고 대사도 극히 절제돼 있다. 도입부에서는 재활센터에서 목공일을 가르치고 집에 돌아와선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무뚝뚝한 중년 남자의 생기 없는 하루가 반복된다. 어떤 사건이 올리비에를 살아 있으나,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
“우리 아들을 죽인 애가 왔어.”
마침내 올리비에가 자신의 재혼 사실을 알리기 위해 찾아온 전 아내에게 이 말을 내뱉는 순간 영화는 급류를 타기 시작한다.
60편 이상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으며 1999년 ‘로제타’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벨기에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 감독. 그들은 가장 감정적인 소재에 감정의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한 뒤 마음에 깊은 파장을 남기는 심리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올리비에는 텅 빈 듯한 표정으로 프란시스의 빈 집에 있다 돌아오고, 그의 뒤를 밟고, 그를 관찰한다. 영화 중반부까지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지만 이를 지켜보는 관객은 극중 올리비에가 된 것처럼 많은 상상과 갈등에 휩싸인다. ‘약속’ ‘로제타’에 출연해 다르덴 형제의 분신으로 불려온 구르메는 냉정하게 절제된 연기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2002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20일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 전체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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