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타 최정원 모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 공연

  • 입력 2004년 2월 18일 18시 30분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소극장 연극에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 그는 “뮤지컬과 달리 눈앞에서 관객들이 마이크 없는 내 생생한 목소리와 표정에 같이 호흡해준다고 생각하니 무척 흥분된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소극장 연극에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 그는 “뮤지컬과 달리 눈앞에서 관객들이 마이크 없는 내 생생한 목소리와 표정에 같이 호흡해준다고 생각하니 무척 흥분된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길 가다 뺨을 맞아도 마냥 즐거울 것 같은 기분이에요. 좋아서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죠.”

한국 뮤지컬계의 스타 최정원(35)이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소극장 연극에 출연한다. 그것도 숨소리와 표정 하나까지 숨길 수 없는 모노드라마 무대다. 3월 5일부터 서울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밤무대 재즈 여가수가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열한 살 난 딸에게 편지를 쓰는 1인극이다. 1992년 초연 당시 윤석화가 주연을 맡아 10개월간 5만6000명이 관람한 연극이다.

1988년 롯데월드 뮤지컬예술단에 입단했던 최정원은 17년 동안 18개의 뮤지컬 작품에 출연했으며 데뷔작을 빼놓고 주역만 맡았다. 화려한 조명과 많은 출연진은 항상 그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런 그에게 혼자 서는 무대는 무척 외롭다.

“마이크와 무대장치, 코러스의 앙상블은 항상 내 주위에 공기처럼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사라질 때 나는 껍데기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요. 화려함보다는 내 안의 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낸다면 연기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거예요.”

●노래할 줄 아는 여배우의 연극

여성 연극의 메카인 산울림 소극장은 그동안 박정자 손숙 윤석화 등 쟁쟁한 스타들을 배출해왔다. 이러한 여성 1인극의 계보를 잇는 배우로 최정원이 선택된 데 대해 뮤지컬과 연극계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연출가 임영웅씨는 망설이는 최정원을 “당신 아니면 아무한테도 작품을 안 맡기겠다”며 붙잡았다. 이유가 뭘까.

“영국의 극작가 아널드 웨스커가 쓴 연극 대본엔 ‘노래할 수 있는 여배우를 위한, 노래가 있는 다섯 대목의 연극’이란 부제가 붙어 있어요. 주인공 멜라니가 재즈 여가수인 만큼 노래 실력은 필수죠. 초연 당시 윤석화도 극중 주인공과 같은 35세였고, 최정원도 올해 35세입니다.”(임영웅)

이 연극은 여주인공이 부르는 5곡의 노래로 장면 전환이 자연스레 이뤄진다. 지난 공연 때 삽입곡은 윤석화가 직접 가사를 쓴 창작곡이었고, 이번에는 최정원이 ‘메모리’ 등 자신이 좋아하는 5곡을 선곡해 부른다. 당당하고 상큼한 최정원만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수아에게 보내는 편지

최정원은 극중 여주인공처럼 딸을 두고 있다. 올해 여섯 살인 수아는 ‘수중분만’으로 출산해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아이다.

“어렵게 낳은 아이인데 뮤지컬 ‘렌트’에 출연하면서 생후 6개월 만에 모유를 떼야 했어요. 엄마로서의 역할도 포기하고 무대에 선 만큼 더욱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극중에서 엄마는 딸에게 ‘여자는 이렇게 살아라’는 당부의 편지를 쓴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반추도 하게 된다.

“‘일을 사랑하는 엄마’로서 처음엔 저도 딸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컸어요. 하지만 내 딸이 언젠가는 ‘엄마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4월 11일까지. 화 목 7시반, 수 금 토 3시 7시반, 일 3시. 학생 2만원, 일반 4만원. 02-334-5915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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