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동 신사동 일대에 멀티숍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멀티숍 '얼빙 플레이스'에서는 일본과 유럽에서 수입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옷을 판매한다. 사진제공 얼빙 플레이스
청바지 허리 밴드 아래에 새겨진 검지 손톱만 한 크기의 빨간색 숫자 ‘7’(미국 브랜드 ‘세븐 포 올 맨카인드’), 티셔츠 앞쪽에 프린트된 암호 같은 ‘Y3’(일본 브랜드 ‘요지 야마모토 Y3 바이 야마모토’)….
명품 핸드백으로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되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의상과 구두로 독창적 감각을 연출하는 당신, 할리우드 스타의 패션과 해외 컬렉션을 교과서처럼 숙지하고 있는 당신을 위한 쇼핑 공간이 바로 ‘멀티숍’이다.
멀티숍은 국내에 아직 대량 수입되지 않은 최첨단의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다양하게 갖춰 판매하는 곳. 밀라노, 파리, 뉴욕 등에서 오래전 정착한 멀티숍 형태는 지난해 서울 압구정동과 청담동 지역에서 많이 문을 열어 멀티숍 전성시대를 이루고 있다.
|
멀티숍의 원조 격으로 신세계 인터내셔널이 경영하는 ‘분더숍’을 비롯해 갤러리아백화점의 ‘스티븐 알란’, 의류업체 ㈜아이디룩의 ‘메이즈 메이’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쓰모리 지사토 등 주로 일본 브랜드를 들여오는 ‘얼빙 플레이스’, 랄트라모다 등 이탈리아 브랜드를 갖춘 ‘그루포 한스타일’, 청바지 전문 ‘더 랩’, 구두 전문 ‘리치오 안나’와 ‘b4’, 중고 전문 ‘비단’ 등 멀티숍의 분야가 점차 세분화하는 추세이다.
이들 멀티숍은 1년에 4∼6번 정기적으로 외국의 인기아이템을 들여오고 부정기적으로 필요한 아이템을 수입한다. 재고 부담을 줄이고 제품의 희소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템당 10개 이내의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월 매출은 대부분 1억원 정도.
‘메이즈 메이’의 서지현 기획팀장은 말한다.
“멀티숍이야말로 글로벌한 소비자의 패션 욕구와 변화무쌍한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슬리브리스 티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형태의 지극히 실험적인 의상도 팔린다.”
이들 멀티숍은 철저히 트렌드 세터를 주요 고객으로 삼기 때문에 최신 유행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멀티숍에서 가장 각광받는 아이템은 단연 프리미엄 청바지. 청바지의 전 세계적 유행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얼 진, 세븐 진 등의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으나 유행이 한발 빠른 미국에서는 시티즌 오브 휴머니티 진, 페이퍼 데님, 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입어 유명해진 블루 컬트 등이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외국과 국내의 트렌드 시간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부분의 패션 전문가들은 일단 멀티숍의 유행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본다. 퍼스트뷰 코리아 패션 컨설턴트 류민화씨는 “효과적인 멀티숍 쇼핑을 위해서는 생소한 브랜드라도 과감히 시도해 자신의 스타일을 찾을 것”을 조언한다.
멀티숍의 향방을 점치기 위해 6월 대규모 이전을 앞둔 ‘분더숍’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드리스 반 노튼 등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여성복을 취급했던 ‘분더숍’은 지난해부터 마르니 밤비니, 핀코 팔리니 등 이탈리아 아동복 브랜드를 판매한 데 이어 조만간 인테리어 소품 등도 내놓을 계획이다. 주 고객인 30, 40대 여성들의 요구를 반영한 변화이고, 모든 일상이 패션과 만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멀티숍은 업그레이드된 소비자들의 감각만큼 빠른 업그레이드를 요구받고 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서울 강남의 유명 패션 멀티숍▼
1.스티븐 알란
(02-3449-4221)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바버라 부이 등 미국 신진 브랜드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세븐 진, 시티즌 오브 휴머니티 진 등 뉴욕 스타일 청바지도 많다.
2.메이즈 메이(02-547-0338)
엘리 키시모토(영국), 안토니 알리슨(영국), 에리토 크리토스(프랑스), 트윈셋(이탈리아), 니콜 반 다이크(프랑스) 등 유머가 곁들여진 깜찍한 스타일.
3.분더숍(02-542-8006)
장 폴 고티에(프랑스), 드리스 반 노튼(벨기에) 등 럭셔리 스타일. 구두는 클로에(이탈리아), 크리스티앙 루부탱(이탈리아) 등. 마르니 밤비니(이탈리아) 등 아동복도 있다.
4.스틸로(02-517-7546)
클로디 피에로, 마제, 레 프티 등 프랑스 브랜드와 프랑스의 고급 청바지 브랜드 노티파이 등을 선보인다. 화사한 색상으로 스포티와 섹시 콘셉트를 추구.
5.쿤(02-517-4504)
스텔라 매카트니(영국), 알렉산더 매퀸(프랑스), 아키라(일본), 버버리 프로섬(이탈리아), 디스퀘어드 2(이탈리아) 등 캐주얼하면서도 실험적인 스타일.
6.얼빙 플레이스(02-511-8921)
쓰모리 지사토(일본), 인토카(일본), 하우스 오브 재즈(미국), 후세인 살라얀(이탈리아), 컬렉션 프리베(프랑스) 등 밝은 컬러의 캐주얼 의상과 고급스러운 정장이 혼합.
7.블루종(02-3442-4122)
타라 잘몬(프랑스), 아델 파도(이탈리아) 등 외국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 ‘제시’를 함께 소개. 파티 플래너 지미기씨가 이곳의 이미지 컨설턴트로 활동한다.
8.더 랩(02-6080-7920)
세븐 진, 얼 진, 페이퍼 데님, 조스 진, AG 등 섹시하고 슬림한 청바지를 다수 구비한다. 얼 진 75번과 84번, 세븐 진 뉴욕 다크 워시 스타일이 특히 인기.
9.그루포 한스타일(02-517-4789)
랄트라모다(이탈리아), 보야지(영국), 질 스튜어트(미국) 등 여성스러운 스타일. 파스텔톤의 꽃무늬 톱과 원피스 등 로맨틱한 분위기 옷이 다수.
10.비단(02-541-7546)
랑방(프랑스), 발렌시아가(프랑스), 이브 생로랑(프랑스) 등의 우아한 파티용 드레스류가 많다. 뉴욕의 벼룩시장 등에서 사 온 중고 제품이어서 비교적 저렴하다.
11.리치오 안나(02-515-1579)
로트르 쇼즈, 보카치니, 지안나 멜리아니 등 대부분 이탈리아 브랜드 구두를 취급하는 멀티숍. 실용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
12.b4(02-511-8975)
㈜에스콰이아가 운영하는 신발 멀티숍. 캘빈 클라인, 아이스버그, 겐조 등 트렌디한 해외 수입 제품을 판매한다. 남성용 가방과 벨트 등 액세서리도 많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