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애? 이젠 당당해…" 라디오 DJ로 재기한 강원래

  • 입력 2004년 2월 19일 17시 52분


“이제 내 자신에 대해 신뢰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KBS 해피FM ‘강원래·노현희의 뮤직토크’(오후 4시)를 진행하고 있는 강원래(35·사진)가 오랜만에 자기 속내를 털어놨다. 2000년 11월 교통사고로 가슴 아래 부분이 마비된 그는 TV에 가끔 얼굴을 내밀긴 했지만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엔 죽을 날만 기다렸다. 그러다 ‘나같은 장애인은 어떻게 살까’하는 궁금증이 생겨 장애인들과 채팅을 시작했다. 힘든 속내도 털어놨다.

“저도 남의 시선이 두려운데 나보다 더한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뭐라도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라디오 DJ가 됐다. 아직 서툴지만 평생 하겠다고 마음 먹을 만큼 의지도 굳다. 그의 대본에는 ‘큰 소리로 읽자, 천천히 읽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이들에게 의사들이 ‘강원래 봐라. 장애인이지만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격려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장애인에게 교과서 역할을 한다고 하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사고로 장애인이 된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드라마에도 출연하기로 했다. 장애인 주인공을 다그쳐 재활의 의지를 심어주는 배역이다. 주인공은 조재현이 맡는다.

다시 무대에서 노래할 생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휠체어에 몸을 실은 모습이 초라해 때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자기를 보는 시선이 더 밝아졌다고 느낄 때, 자신감이 생겼을 때 다시 무대에 서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에 관한 랩 가사도 써 놓았고 클론의 멤버이자 친구인 구준엽과 여러 가지 구상도 하고 있다.

매일 오후 손수 운전을 해 KBS로 출근하는 그는 병원이나 집에 틀어박혀 죽을 날만 기다리던 ‘자신에게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할 만큼 행복하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부인 김송도 가수 박미경의 래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2세를 갖는 게 꿈. 성(性)재활 훈련을 받았지만 2세는 시험관 아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0.5∼1%의 낮은 성공률 때문에 지금까지 세 차례의 시도가 모두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을 계획이다.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딴 건 몰라도 춤은 잘 출겁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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