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금천구 시흥본동 시흥교회에선 환호가 터졌다. 2년여간 담임목사가 없었던 이 교회의 교인 1147명이 방 목사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93.4%의 지지를 보낸 것. 이날 투표로 2년여에 걸친 시흥교회 개혁이 마무리되었다.
전임 목회자의 입김에 따라 후임이 결정되고 부자간 목회자 세습도 일어나는 한국 교회에서 시흥교회의 사례는 모범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100년 역사를 맞는 시흥교회는 교인이 2000여명에 이르는 중대형 교회. 이 교회는 2년 전 담임목사의 추문으로 내분을 겪으면서 교회 개혁의 길을 걸었다.
교인들은 당시 담임목사의 자진사퇴를 요구했으나 일부 교인들이 목사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내분이 빚어졌다. 결국 서로 수사 기관에 불려 나가는 등 상처를 입은 끝에 교인 90%의 찬성으로 전임 목사를 퇴진시키고 일부 장로와 교인이 떠나기도 했다.
내분이 정리된 뒤 교인들은 개혁위원회를 만들어 목사임기제나 투명운영 등을 담은 교회 정관을 2002년 8월에 만들었다. 내분을 겪는 과정에서 교회 문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었던 현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 교회의 정관은 목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고 당회와 행정업무를 분리해 자의적인 교회 운영을 못하도록 했다. 당회의 모든 회의 결과도 공개하기로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백종국 교수(경상대)는 “시흥교회와 같은 정관 제정은 교회 개혁의 지름길”이라며 “비민주적인 교단헌법과는 질적으로 다른 정관을 제정해야 교회의 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흥교회는 목사 청빙위원회를 만들어 후임 목사 청빙의 조건과 자질을 규정한 규약을 만들었다. 방 목사는 100여명의 신청 목회자 중 세 차례에 걸친 심사 끝에 선정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한인장로교회에서 목회를 하던 방 목사는 “내가 소속돼 있던 미국장로교단(PCUSA)도 투명하게 교회를 운영하기 때문에 시흥교회와 같은 분위기에 익숙하다”며 “목회자에 대한 주택 보조금 등 세부 재정상황도 교인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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