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강남구 청담사거리에 있는 청담교회에는 200여명의 대학생이 몰려와 교회 안을 가득 채웠다. 평소 이 교회 예배에는 40, 50대를 중심으로 200여명이 참석했으나 이날 대학생 교인들로 젊은 기운이 가득했다. 대학생들이 활기찬 율동을 선보이며 찬송을 부르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들은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온누리교회 교인들로 이날 청담교회로 소속을 옮겼다. 이들은 ‘흩어지는 교회’를 표방한 온누리교회의 방침에 따라 단체로 청담교회로 소속을 바꾼 것. 자기 교인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풍조가 만연한 교계에선 이색 사례다.
대학생 교인들과 함께 청담교회로 온 허원희 목사는 “중소형 교회의 부흥을 돕자는 취지에서 옮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강남구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 중소형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이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번번이 거부당하거나 유보됐다.
허 목사는 “받아들이는 쪽에선 교회가 온누리식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청담교회가 흔쾌히 받아들여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온누리교회가 교세 확장을 꾀한다는 소문도 있어 고민이 많았으나 교인들이 흔쾌히 찬성했다”며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옳은 일이냐 아니냐 하는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담교회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으나 규모가 작아 가족적 분위기를 유지해 왔다. 강 목사는 “가족상담 등 온누리교회의 좋은 프로그램들을 받아들이겠지만 청담교회 특유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유지할 것”이라며 “서로 윈-윈 게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