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보존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으나 유족들이 21, 22일 건물을 철거했다”고 23일 밝혔다.
박목월의 장남인 박동규(朴東奎·국문학·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등 유족이 다세대 주택을 짓기 위해 건설업체에 의뢰해 건물을 철거한 것.
유족들은 “건물 자체가 그다지 건축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닌 데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건물을 철거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층짜리 양옥인 이 건물은 1965년 지어진 이래 78년 박목월이 타계할 때까지 거주하면서 ‘어머니’ ‘경상도의 가랑잎’ ‘사력질(砂礫質)’ 등의 작품을 썼던 곳.
서울시는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최근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해 놓았고 문화재청도 이번 주 지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벌일 계획이었다.
특히 시는 유족들이 이달 14일 용산구청에 건물 철거 신고를 한 것을 확인하고 유족들에게 철거를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시 관계자는 “등록문화재 지정이나 매입 등을 통해 목월 선생의 옛집을 보존하려 했는데 유족들이 건물을 철거해 버려 너무나 허탈하다”고 말했다.
한 문화재전문가는 “서울시가 보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유족들이 그렇게 손쉽게 철거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아무리 개인재산이라고 해도 문화계와 서울시, 문화재청의 의견을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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