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000만시대]<4>새 도약을 위한 제안들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07분


15일 김기덕 감독은 제5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나흘 뒤인 19일 ‘실미도’는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6일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23일까지 674만명의 관객으로 ‘실미도’의 기록을 차례로 깨뜨리며 1000만명 고지를 넘보고 있다.

한국 영화는 최근 2, 3년 사이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축제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5년간 한국에서 활동해 온 문화행사정보지 ‘서울 스코프’ 영화팀장 쓰치다 마키(土田眞樹)는 “한국 영화의 성공은 정확히 말해 아시아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 영화의 문제는 감독과 배우, 한국 영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 필름 마켓’에 참가한 ‘실미도’(왼쪽)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문 포스터. 사진제공 쇼박스, 이노기획

실제 할리우드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인지도는 홍콩 일본 등 아시아 경쟁국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홍콩은 작고한 라샤오룽(李小龍·브루스 리) 외에 청룽(成龍) 저우룬파(周潤發)를 비롯한 스타와 우위썬(吳宇森) 쉬커(徐克) 등 스타 감독들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배우 와타나베 겐은 ‘라스트 사무라이’로 3월 1일(한국시간) 열리는 제76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할리우드는 ‘킬 빌’ ‘라스트…’ 등 일본 사무라이를 소재로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필름마켓’에 참가하고 있는 영화 마케팅업체인 ‘시네클릭 아시아’의 서영주 대표는 “미국 시장은 일본처럼 쉽지 않다”며 “인지도가 떨어지는 한국 영화는 지속적인 마케팅과 코미디 일색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작비 100억여원이 투입된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도 할리우드 눈높이에서는 저예산에다 아트영화로 비치기 십상이란 것.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순호 이사는 필요에 따라 감독과 배우, 이야기를 결합시키는 할리우드 전략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감독과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도 한국 영화를 위한 ‘지름길’일 수 있다. 동양적 색채가 짙은 ‘와호장룡’은 컬럼비아 영화사의 자본에 대만 출신의 리안(李安) 감독이 연출을, 홍콩의 저우룬파와 중국의 장쯔이(章子怡)가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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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1000만시대]

전문가들은 단일 영화 1000만명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주먹구구’식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마케팅업체인 채희승 미로비전 대표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엄청난 관객을 기록하고 있지만 해외 바이어는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며 “통합전산망이 시행되지 않는 한국의 박스 오피스는 해외 마켓의 주요 자료에 실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다양성 확보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정부 차원의 작은 영화를 위한 배급망 확보 △소극장에 대한 지원과 활성화 △우수한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의 체계적인 양성을 제안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아시아시장 개척을 위한 중단기적인 밑그림 작성을, 영화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예술영화 제작과 배급을 위한 시스템 마련을 과제로 꼽았다. -끝-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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